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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리뷰 (복수극, 액션 스타일, 세계관 확장)

by riverwithhome 2026. 6. 30.

스핀오프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본편보다 한 수 아래일 거라는 선입견이 먼저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존 윅 시리즈를 워낙 좋아했던 터라 오히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극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그 선입견이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습니다. 발레리나는 본편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 주인공을 통해 꽤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영화 포스터.

복수극이라는 익숙한 뼈대, 이브만의 감정선

존 윅 시리즈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남자의 복수에서 출발합니다. 발레리나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이브 마카로가 그 원한을 갚기 위해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복수 서사처럼 들리지만, 제가 직접 스크린에서 확인한 이브는 처음부터 완성된 킬러가 아니었습니다.

내러티브 아크(Narrative Arc)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아크란 주인공이 이야기 안에서 성장하거나 변화하는 궤적을 뜻하는 용어입니다. 이브의 내러티브 아크는 존 윅과 정반대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존 윅이 이미 전설로 시작하는 인물이라면, 이브는 싸우다 밀리고, 실수하고, 겨우겨우 버텨내는 인물입니다. 그 덕분에 초반부는 오히려 긴장감이 상당히 살아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본편과 차별화할 수 있었던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서 감정선이 조금씩 얇아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캐릭터의 내면을 보여주는 장면이 액션에 밀려 점점 줄어들었고, 그러다 보니 마지막 결전이 예상했던 것만큼 큰 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야기 자체는 비교적 예측 가능한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루스카 로마와 건 푸 액션 스타일

이번 작품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부분은 루스카 로마(Ruska Roma) 조직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루스카 로마는 존 윅 세계관을 위해 창조된 가상의 범죄 조직으로, 발레 훈련과 전투 기술을 결합해 암살자를 키워냅니다. 발레와 살인 기술이 연결된다는 설정이 현실성과는 거리가 있지만, 시리즈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세계관 안에서는 충분히 설득력 있게 소화됩니다.

액션 연출 면에서는 건 푸(Gun-Fu)라는 스타일이 이번 작품에서도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 푸란 총기 사용과 근접 격투 기술을 동시에 결합한 전투 방식으로, 존 윅 시리즈를 상징하는 액션 언어입니다. 이브의 건 푸는 존 윅과는 결이 다릅니다. 체격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상대의 균형을 무너뜨리거나 주변 환경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이 자주 등장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단순히 여성 주인공에게 남성 액션을 그대로 이식하지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꽤 만족스러웠습니다.

발레리나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브의 전투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체격 열세를 역이용한 레버리지 기반 근접전
  • 화염방사기, 수류탄 등 다양한 특수 무기 활용
  • 주변 사물과 공간 구조를 전투 도구로 전환하는 환경 활용 전술
  • 발레 동작에서 파생된 유연한 회피 동선

제가 직접 스크린에서 확인하기 전에는 이 조합이 어색하게 느껴질 것 같았는데, 실제로 보면 꽤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습니다.

세계관 확장과 콘티넨탈 규칙의 연속성

발레리나가 단순한 스핀오프에 그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기존 세계관의 규칙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는 점에 있습니다. 시간적으로는 존 윅 3편과 4편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기존 팬이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 흐름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프랜차이즈 시네마틱 유니버스(Franchise Cinematic Univers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여기서 프랜차이즈 시네마틱 유니버스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여러 인물과 이야기를 독립적으로 확장해 나가는 영화 제작 방식을 말합니다. 존 윅 세계관이 이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를 발레리나에서 꽤 명확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콘티넨탈 호텔에서의 불가침 규칙, 금화를 기반으로 한 암살자 경제 시스템, 최고회의(하이 테이블)의 절대 권력 구조가 이번 작품에서도 중요한 배경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존 윅의 등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그의 등장만으로 영화 전체의 무게감이 달라지는 것을 직접 느꼈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방향으로 읽힐 수도 있는데, 존 윅의 존재감이 워낙 강하다 보니 오히려 이브의 서사가 묻히는 순간이 생겼습니다. 스핀오프라면 조금 더 과감하게 새 주인공에게 집중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맴돌았습니다.

실제로 스핀오프 영화의 흥행 패턴을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원작 주인공의 등장 비중이 과도할 경우 신규 캐릭터의 독립성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출처: Screen International).

아나 데 아르마스의 존재감과 렌 와이즈먼의 연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아나 데 아르마스가 이 정도 수준의 액션을 소화할 수 있을지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그런데 스크린에서 확인한 그의 퍼포먼스는 총기 다루기부터 근접 전투, 낙법까지 상당히 자연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동작 하나하나가 멋있어 보이기 위한 퍼포먼스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몸부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 점이 이브라는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감독 렌 와이즈먼은 채드 스타헬스키와는 확실히 다른 색깔을 보여줍니다. 스타헬스키의 연출이 장시간 롱테이크(Long Take)와 절제된 조명으로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라면, 와이즈먼은 조금 더 화려한 색감과 네온사인 조명을 적극 활용합니다. 여기서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를 오랜 시간 연속으로 촬영하는 기법으로, 액션의 현장감과 배우의 실력을 그대로 드러내는 데 효과적인 방식입니다. 와이즈먼의 선택은 존 윅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발레리나만의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만들어 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화려함을 위해 현실성을 희생한 장면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초반의 현실적인 전투가 오히려 더 큰 긴장감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관을 나오며 친구와 가장 인상적이었던 액션 장면을 꼽아봤는데, 서로 고른 장면이 달랐습니다. 저는 초반의 밀고 당기는 근접전이 기억에 남았고, 친구는 후반부의 스케일 큰 총격전을 꼽았습니다. 같은 영화를 봐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산업 분야에서는 액션 스타일의 다양화가 관객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여성 주인공 중심의 액션 영화는 2019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발레리나는 완벽한 스핀오프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야기 구조는 예측 가능하고, 감정선도 조금 더 깊게 다뤄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액션 완성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존 윅 세계관을 억지로 비틀지 않고 자연스럽게 확장했다는 점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기존 팬이라면 반가운 요소가 많은 작품이고, 이후 또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이 세계관은 생각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존 윅 시리즈를 좋아하셨다면 한 번쯤 직접 극장에서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 Screen Internatio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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