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2'는 개봉 1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600만 명을 돌파한 작품입니다. 저도 개봉 초에 영화관에서 직접 봤는데, 그 숫자가 납득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게 전편보다 좋은 건가?"라는 물음이 함께 남았습니다. 시원하게 즐기고 싶은데 어떤 작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된다면, 이 리뷰가 도움이 될 겁니다.
서사구조: 스케일은 커졌지만 밀도는 달라졌다
이번 작품의 배경은 한국을 벗어나 베트남까지 확장됩니다. 영화 용어로 말하면 내러티브 스케일(narrative scale), 즉 이야기가 펼쳐지는 시공간의 범위가 전편보다 훨씬 넓어졌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스케일이란 이야기가 얼마나 넓은 지리적·시간적 범위를 다루느냐를 가리키는 개념으로, 스케일이 클수록 시각적 볼거리는 늘어나지만 대신 인물 간 관계나 갈등의 밀도가 얇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도 정확히 그 지점이었습니다. 베트남을 배경으로 시작되는 초반부는 긴장감이 꽤 됩니다. 낯선 공간과 낯선 얼굴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구조가 점점 단선적(linear structure)으로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단선적 구조란 복잡한 갈등 없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려가는 서사 방식을 뜻합니다. 이해하기 쉽고 몰입하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는 단점도 있습니다.
전편이 지역 기반의 현실감과 인물 관계의 복잡성을 강조했다면, 이번 편은 강력한 악당 한 명을 쫓는 추격 구조에 집중합니다. 이런 선택이 대중성 측면에서는 유리하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한국 상업영화의 서사 전략에 대한 연구에서도 단순 추격 구조는 관객 이탈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조금 더 입체적인 이야기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끝까지 남았습니다.
악역 캐릭터: 손석구가 이 영화를 긴장감으로 채운다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배우 손석구를 잘 몰랐습니다. 그냥 마동석 영화니까 보러 갔는데, 강해상이라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순간 극장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웃음이 계속 터지던 공간이 갑자기 조용해졌고, 주변 관객들도 몸을 약간 앞으로 당기는 것 같았습니다.
영화에서 악역이 수행하는 서사적 기능을 앤티히어로(anti-hero)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앤티히어로란 도덕적으로 복잡한 내면을 가진 캐릭터로, 악역이지만 관객이 일정 부분 감정이입할 수 있는 인물을 말합니다. 강해상은 그 반대입니다. 내면 묘사가 거의 없고, 설명도 최소화됩니다. 대신 행동으로만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합니다. 이 방식을 카리스마틱 빌런(charismatic villain)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는데, 이는 악역의 동기보다 위협적인 존재감 자체를 전면에 내세워 긴장감을 만드는 연출 방식입니다.
이 전략이 이 영화에서는 확실히 통했습니다. 손석구의 눈빛과 표정은 진짜로 위험한 사람처럼 느껴졌고, 그 덕분에 마석도가 상대해야 할 상대방의 무게감이 생겼습니다. 이후에 손석구가 완전히 다른 성격의 작품에 출연하는 것을 보면서 이 배우의 연기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 편의 영화로 그 캐릭터가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작품에서 악역과 주인공의 대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마석도(마동석): 전편과 동일한 방식, 힘과 유머를 앞세우는 친숙한 캐릭터
- 강해상(손석구): 설명 없는 위협, 행동 중심의 카리스마틱 빌런
- 장이수(박지환): 코믹 릴리프 역할, 극의 긴장을 완화하는 완충재
이 구도 자체는 잘 작동합니다. 문제는 강해상에 대한 서사적 설명이 너무 적다 보니, 캐릭터 자체의 깊이가 아니라 배우 개인의 역량에 긴장감이 의존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액션 연출: 타격감은 올라갔지만 리듬은 아쉽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직접적으로 느낀 부분이 바로 이겁니다. 액션 장면이 시작되면 몸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냥 때리는 장면이 아니라 진짜 부딪히는 느낌, 무게가 실린 타격이 화면을 통해 전달됩니다. 이를 영화 연출 용어로 임팩트 편집(impact editing)이라고 합니다. 임팩트 편집이란 타격 순간에 컷을 맞추고 음향 효과를 극대화해 관객이 물리적 충격을 체감하도록 만드는 편집 기법입니다.
전편보다 이 부분이 더 강화된 것은 확실합니다. 과감하고 빠른 흐름, 끊임없이 앞으로 밀어붙이는 연출 덕분에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비슷한 방식의 긴장이 반복되면서 새로움이 줄어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원래 스토리 중심의 영화를 더 좋아하는 편이라 이 부분이 약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영화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가 페이싱(pacing)입니다. 페이싱이란 영화 전체의 긴장과 이완의 리듬을 조절하는 연출 개념으로, 액션과 유머, 서사가 균형 있게 배치될 때 관객의 피로도를 줄이고 몰입을 높입니다. 이 영화는 마석도의 개그 장면과 장이수가 당하는 장면으로 그 리듬을 조절하려 했는데, 시리즈가 반복될수록 같은 패턴이 익숙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한국 상업영화의 액션 연출 트렌드를 분석한 자료에서도 시리즈물의 경우 편별 차별화 전략이 장기 흥행의 핵심 요소라는 점이 지적된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그래도 극장에서 보면 이 약점이 어느 정도 상쇄됩니다. 영화관 특유의 음향과 화면 크기가 임팩트 편집의 효과를 배로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관람했을 때 극장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고, 손석구가 등장할 때는 분위기가 싸해지는 그 흐름이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집에서 보면 아마 그 느낌의 절반도 못 가져갈 것 같습니다.
'범죄도시2'는 시원한 액션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 충분히 권할 만한 작품입니다. 복잡한 이야기보다는 강한 악역과 타격감 있는 액션으로 승부하는 영화이고, 그 방향에서는 확실히 성공했습니다. 다만 전편보다 이야기의 깊이를 기대하신다면 조금 아쉬울 수 있습니다. 첫 관람이라면 극장 또는 대형 화면 환경을 권합니다. 그 환경이 이 영화의 장점을 가장 잘 살려줍니다.
참고: - 한국영화진흥위원회 (https://www.kofic.or.kr)
-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s://www.kocc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