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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4 리뷰 (속도감, 마석도, 빌런)

by riverwithhome 2026. 5. 9.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한테 "이 시리즈는 진짜 믿고 보는 맛이 있다"고 했습니다. 범죄도시4는 새로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보는 내내 집중하게 됐고, 끝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속도감, 마석도 캐릭터, 빌런 구성을 중심으로 제가 실제로 느낀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속도감은 확실한데, 그게 전부일까

일반적으로 범죄도시 시리즈는 "쉬지 않고 달리는 액션 영화"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부족한 표현입니다.

범죄도시4는 시작부터 사건이 터지고, 추격이 이어지고, 충돌이 반복되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이런 방식을 영화 용어로 내러티브 모멘텀(narrative momentum)이라고 합니다. 내러티브 모멘텀이란 이야기가 멈추지 않고 관객을 계속 앞으로 끌고 가는 힘을 의미하는데, 범죄도시4는 이 부분에서는 확실히 강점을 발휘합니다. 극장에서 액션 타격감과 사운드가 워낙 커서 더 몰입됐던 것도 사실이고, 어느 순간 영화에 푹 빠져 있는 저를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속도감이 때로는 극적 밀도(dramatic density)를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극적 밀도란 각각의 장면이 감정적으로 얼마나 충분히 쌓이고 완성되는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범죄도시4에서는 갈등이 깊어질 만한 장면에서도 바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면서 감정의 연결이 끊기는 느낌이 반복됐습니다. 덕분에 액션 자체는 강렬했지만, 끝나고 나서 특정 장면이 기억에 남는 경우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범죄도시4의 속도감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초반부 몰입도는 높고,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전개가 극장 관람에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 다만 빠른 전개가 각 장면의 감정적 여운을 지우는 부작용으로 이어집니다.
  •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이 구조의 반복이 관객 피로감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은 짚어볼 만합니다.

한국 영화진흥위원회(KOFIC)에 따르면 범죄도시4는 2024년 개봉작 중 손익분기점을 가장 빠르게 돌파한 작품 중 하나로 기록됐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관객이 이 속도감 있는 공식에 여전히 반응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저는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다음 편에서 변화의 시도가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마석도 캐릭터, 완성형의 매력과 한계

마석도는 이 시리즈의 모든 것입니다.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를 장악하고, 악역을 잡을 때마다 타격 한 방 한 방이 묵직하게 전달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마석도가 화면에 나오는 순간 객석 전체의 에너지가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이 정도의 캐릭터 파워는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배우 마동석이 마석도라는 캐릭터를 통해 구축한 이미지는 이른바 캐릭터 아이코니시티(character iconicity)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캐릭터 아이코니시티란 특정 배우가 하나의 역할과 완전히 동일시되어 배우 자체의 이미지가 그 캐릭터로 인식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동석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동으로 마석도가 떠오르는 지금의 상황이 바로 그 결과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안정적이었습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 캐릭터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살려내는 방식이 이 시리즈의 강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코믹 장면도 긴장감을 풀어주는 역할을 했고, 실제로 극장 안에서 관객들이 자주 웃었습니다. 전작들의 개그 코드가 대중에게 먹혔기 때문에 그 흐름을 이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의도는 이해하면서도 일부 장면은 억지로 끼워 넣은 티가 약간 났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었는데, 마석도는 이미 완성된 캐릭터이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이나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렵습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이야기를 통해 내면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 시리즈 전체의 구조적 한계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안정성을 유지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이 나올까"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습니다.

빌런의 존재감, 기대에 못 미친 이유

범죄도시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빌런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이전 시리즈의 악역들이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매 편마다 새로운 빌런에 대한 기대치가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구조입니다. 저도 영화 끝나고 나서 장첸이나 강해상처럼 바로 이름이 떠오를 캐릭터가 나올 거라 기대했는데, 솔직히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작품의 빌런은 설정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캐릭터 빌드업(character buildup), 즉 인물의 배경과 동기를 서서히 쌓아 올리면서 위협감을 키우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캐릭터 빌드업이란 관객이 특정 인물에 대해 점점 더 많은 정보를 얻으면서 그 존재를 실감하게 만드는 서사 기법입니다. 범죄도시4에서는 이 과정이 빠른 전개 속에서 소비되면서 빌런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이야기가 마무리되는 흐름이 반복됐습니다.

주인공과 빌런 사이의 심리적 대립이 깊어지기 전에 사건이 해결되고, 그 결과 마지막 대결 장면도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마무리됩니다. 액션 자체는 충분히 볼 만했지만, 감정적인 폭발이나 긴장감의 정점이라는 느낌은 약했습니다. 좋은 빌런은 주인공을 더 빛나게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이번 편은 그 시너지가 아쉬웠습니다.

영화 평론 전문 매체의 분석에 따르면, 시리즈물의 빌런 경쟁력은 편수가 늘수록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빌런 단독 서사에 더 많은 러닝타임을 투자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습니다(출처: 씨네21). 범죄도시 시리즈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면, 이 부분이 가장 먼저 보완되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범죄도시4는 시리즈의 장점과 한계가 동시에 가장 잘 보이는 작품이라는 게 제 최종 판단입니다. 새롭진 않지만 "범죄도시는 이런 맛이지"라는 기대를 정확히 충족시켜 주는 영화이고, 극장에서 보는 것이 확실히 더 몰입감이 좋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지금의 공식을 유지하면서 빌런 서사와 캐릭터 변화에 조금 더 투자한다면, 이 시리즈가 훨씬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범죄도시4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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