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속작이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으면 반가움보다 불안함이 먼저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작이 워낙 강한 인상을 남겼을수록 더 그렇습니다. 저도 '베테랑2' 관람 전날 전작의 명장면을 다시 찾아봤는데, 그때 느꼈던 통쾌함이 오히려 독이 됐던 것 같습니다. 2024년 10월 1일, 영화관을 나오며 든 감정은 재미와 찝찝함이 묘하게 섞인 것이었습니다.
전작의 그림자: 시퀄이 짊어진 숙명
일반적으로 시퀄(sequel), 즉 전작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이어받아 만든 후속편은 전작보다 흥행에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형성된 팬덤과 인지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팬덤이 강할수록 기대치도 그만큼 높아지고,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면 오히려 더 혹독한 평가를 받게 됩니다.
'베테랑2'가 딱 그런 경우였습니다. 전작 '베테랑'은 재벌 갑질이라는 현실적인 소재를 정면으로 다루며 관객에게 강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습니다. 카타르시스(catharsis)란 억눌렸던 감정이 극적인 장면을 통해 한꺼번에 해소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전작에서 황정민이 재벌 2세를 제압하는 장면이 바로 그 순간이었고,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순간을 끝까지 기다렸지만 결국 오지 않았습니다.
이야기 구조 면에서 '베테랑2'는 내러티브(narrative), 즉 사건이 전개되고 인물이 움직이는 방식 자체가 전작과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정의를 추구하는 형사와 권력을 가진 악인의 대립이라는 구도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다음 장면이 어느 정도 예측되는 순간들이 반복됩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역시나' 하고 중얼거린 게 두 번은 넘었으니까요.
'베테랑2'가 전작과 비교될 수밖에 없는 핵심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동일한 이야기 구조: 권선징악 프레임이 그대로 유지되어 새로운 긴장감을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 사회적 메시지의 희석: 전작의 재벌 풍자처럼 날카로운 현실 비판이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모호했습니다.
- 캐릭터 성장의 부재: 주인공이 전작과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며 변화나 성장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한국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관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시퀄 영화에 대한 관객 만족도는 전작 대비 평균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며, 특히 전작의 만족도가 높을수록 그 격차가 벌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출처: 한국영화진흥위원회). '베테랑2'의 흥행 성적이 나쁘지 않았음에도 일부 관객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캐릭터 분석: 정해인의 눈빛이 증명한 것
배우 연기 측면에서는 분명히 볼 만한 요소가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해인은 단정하고 온화한 이미지로 알려진 배우입니다. 저도 그렇게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 밖이었습니다. 후반부에서 카메라가 그의 얼굴로 줌인(zoom-in)되는 장면, 즉 피사체를 화면 가득 당겨 찍어 감정을 극대화하는 촬영 기법이 사용된 그 순간, 눈빛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저는 주저 없이 그 장면을 택하겠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그 강렬한 눈빛이 제대로 활용될 만큼의 분량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악역 캐릭터로서의 존재감은 충분히 느껴졌지만, 전작의 악역이 만들어낸 긴장감과 비교하면 화면 속에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영화에서 악역의 서사적 밀도, 즉 악역이 등장해 위협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장면의 구성이 얼마나 촘촘한가는 영화 전체의 긴장감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이 부분이 분산되면서 영화의 중심이 다소 흔들린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작에서 기자였던 조연 캐릭터가 이번에는 유튜버로 등장한 것도 눈에 띄었습니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려는 시도로 읽히는데, 시대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캐릭터가 이야기 속에서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다듬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데, 해당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서사의 흐름이 살짝 끊기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액션 연출: 비 오는 날 몸싸움이 살린 것들
액션 연출만큼은 여전히 이 시리즈의 강점입니다. '베테랑2'에서도 인-카메라 액션(in-camera action), 즉 CG나 디지털 합성을 최소화하고 실제 배우와 스턴트 팀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하는 방식이 유지됩니다. 이 방식은 화려함은 덜할 수 있지만 타격감과 현장감이 살아있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는데, 비 오는 장면의 야외 액션 시퀀스는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자칫 화면이 지저분해 보일 수 있는 우중(雨中) 액션을 카메라 구도와 조명으로 깔끔하게 정리해낸 연출력이 느껴졌습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범인을 쫓는 추격 장면도 캐릭터를 눈으로 따라가기에 바쁠 만큼 속도감이 있었습니다.
단, 전체적인 편집 리듬(editing rhythm), 즉 장면과 장면이 연결되는 속도와 호흡감 측면에서는 일부 구간에서 힘이 빠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액션이 빠르게 전개되다가 중반부에서 전개가 느슨해지는 순간이 반복되면서 몰입이 살짝 끊겼습니다. 이 부분은 제 경험상 극장보다 스트리밍으로 보는 편이 체감이 덜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 상업 영화의 평균 러닝타임과 편집 구성에 대한 분석을 보면, 관객 몰입도가 가장 높은 구간은 상영 시간의 70~80% 지점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 '베테랑2'는 그 구간 이후에 다소 힘이 빠지는 구성이어서, 클라이맥스에서의 통쾌함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베테랑2'는 잘 만든 상업 영화입니다. 다만 전작의 그림자를 끝까지 벗어나지 못했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전작처럼 속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기대하고 가신다면 조금 실망할 수 있고, 익숙한 스타일의 한국 액션 영화를 편하게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볼 만한 작품입니다. 전작을 아직 안 보셨다면 전작부터 보시는 걸 권합니다. 그 순서가 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줄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