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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담 (안티히어로, 액션,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by riverwithhome 2026. 6. 10.

솔직히 이 영화는 친구 손에 이끌려 별 기대 없이 보러 들어간 영화였습니다. DC 영화를 꾸준히 챙겨보는 편도 아니었고, 그냥 시간이 남아서 따라간 자리였는데 블랙 아담이 처음 깨어나는 장면에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습니다. "이 사람, 영웅인가 악당인가?" 그 물음이 영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안티히어로 설정, 얼마나 신선했을까

혹시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다가 "왜 악당을 항상 살려두지?"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꽤 자주 그런 의문이 들었는데, 블랙 아담은 그 불만을 시원하게 날려줬습니다. 위협이 되는 존재라면 망설임 없이 처리하는 방식이 처음에는 당황스러울 정도였지만, 보다 보니 오히려 그게 캐릭터의 핵심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블랙 아담은 DC 코믹스에서 1945년 처음 등장한 캐릭터로, 원작에서는 샤잠(Shazam)의 대표 숙적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샤잠이란 번개의 힘을 부여받은 히어로로, 블랙 아담은 그 힘의 또 다른 계승자이면서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그 힘을 사용하는 인물입니다. 수천 년 전 고대 국가 칸다크에서 능력을 얻었다는 설정 자체가 기존 히어로들과 결이 다릅니다. 현대 사회에서 갑자기 각성한 히어로가 아니라, 역사와 복수가 뒤엉킨 채 잠에서 깨어난 존재라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영화 장르 측면에서 보면 블랙 아담은 전형적인 슈퍼히어로 서사 구조(Hero's Journey)를 따르지 않습니다. 히어로즈 저니란 주인공이 시련을 겪고 성장하며 세상을 구한다는 전형적인 영웅 서사 공식인데, 블랙 아담은 성장보다 복수와 신념이 중심에 있습니다. 정의를 위해 싸우는 게 아니라 자신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려는 존재라는 설정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드웨인 존슨의 존재감도 한몫했습니다. 감정 표현의 폭이 넓은 배우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말수가 적고 압도적인 무게감을 가진 블랙 아담이라는 캐릭터와는 오히려 잘 맞았습니다. 화면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선이 쏠리는 카리스마, 이건 제가 직접 극장에서 느껴본 것이라 확실히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캐릭터의 내면 서사는 아쉬웠습니다. 과거의 비극을 품은 인물인데도 감정선을 깊게 파고들기 전에 액션으로 넘어가버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금만 더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줬다면 훨씬 입체적인 안티히어로가 됐을 텐데 싶었습니다.

블랙 아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원작 코믹스 첫 등장: 1945년, 샤잠의 숙적으로 시작
  • 장르 특성: 전형적 히어로 서사가 아닌 안티히어로 중심의 복수극
  • 캐릭터 강점: 압도적 카리스마와 전형성을 벗어난 행동 방식
  • 캐릭터 한계: 내면 감정선이 충분히 다뤄지지 않음

영화 포스터.

액션과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어느 쪽이 더 기억에 남았나

블랙 아담의 액션은 솔직히 예상보다 그 이상이었습니다. 저는 영화관에서 봤는데, 번개를 활용한 공격과 초고속 비행, 파괴력 자체가 화면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최근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CG가 워낙 익숙해져서 감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블랙 아담은 힘의 스케일 자체가 달랐습니다. 처음 깨어나서 적들을 처리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시퀀스였습니다.

시각 효과(VFX) 측면에서도 꽤 수준 높은 연출을 보여줬습니다. VFX란 컴퓨터 그래픽과 실사 촬영을 결합해 영화 속 비현실적인 장면을 구현하는 기술인데, 블랙 아담의 번개 연출은 같은 DC 작품들과 비교해도 질감이 달랐습니다. 큰 화면과 사운드가 뒷받침되어야 진가가 느껴지는 연출이라, 집에서 보는 것보다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저는 오히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Justice Society of America, JSA) 멤버들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JSA란 DC 세계관에서 가장 오래된 히어로 팀 중 하나로, 마블의 어벤져스보다도 역사가 긴 집단입니다. 닥터 페이트, 호크맨, 아톰 스매셔, 사이클론 등이 등장하는데 각자의 개성이 뚜렷했습니다.

특히 닥터 페이트는 이 영화의 숨겨진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연기는 노련하면서도 신비로운 분위기를 동시에 표현해냈는데, 등장할 때마다 화면의 집중도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닥터 페이트 단독 영화가 나온다면 반드시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호크맨과 블랙 아담의 충돌 구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법과 질서를 중시하는 호크맨과 결과를 중심으로 판단하는 블랙 아담의 대립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었습니다. 이는 공리주의(Utilitarianism)와 의무론적 윤리관의 충돌로 볼 수 있습니다. 공리주의란 결과적으로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면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는 관점인데, 블랙 아담의 행동 방식이 정확히 거기에 해당합니다. 이런 철학적 갈등이 액션 뒤에 깔려 있다는 점이 영화를 단순한 오락물 이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러 캐릭터를 한 영화에 담으려다 보니 개별 서사를 충분히 다루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습니다. 특히 아톰 스매셔와 사이클론은 소개만 되고 지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러닝타임을 조금 더 활용했다면 훨씬 풍성한 앙상블 서사가 됐을 텐데 싶었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의 성공 요소에 대해 미국 영화 연구기관들의 분석에 따르면, 관객의 장기 기억에는 액션 연출보다 캐릭터의 감정 동선이 더 깊이 남는다고 합니다(출처: Box Office Mojo). 블랙 아담이 흥행에서 아쉬운 결과를 거둔 것도 어느 정도 이 분석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DC 확장 유니버스(DCEU)의 전반적인 흥행 추이와 관객 반응은 IMDb 데이터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출처: IMDb).

결국 블랙 아담은 완벽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스토리는 중반 이후 예측 가능한 흐름을 따르고, 메인 빌런의 존재감도 주인공에 비해 약했습니다. 그럼에도 안티히어로라는 설정의 신선함,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액션의 파괴력, 그리고 닥터 페이트를 비롯한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존재감은 충분히 볼 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슈퍼히어로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특히 전형적인 히어로 서사가 아닌 조금 다른 결의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한 번쯤 극장에서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스토리보다 액션과 캐릭터의 존재감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입니다.


참고: - DC 코믹스 블랙 아담 캐릭터 역사 및 영화 설정 참고 자료 (자체 작성 참고 자료 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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