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15일 CGV에서 관람했습니다. 범죄 영화라고 생각하고 봤는데 총소리도 거의 없고 대사도 많지 않아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질수록 오히려 인물들의 행동이 더 신경 쓰였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쉽게 잊히지 않았습니다.

생각했던 범죄 영화와 너무 달랐다
소리도 없이를 처음 봤을 때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제가 생각했던 범죄 영화와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는 점이었습니다. 제목부터 조용한 느낌이긴 했지만, 유괴 사건을 다룬 영화라고 해서 어느 정도 긴장감 넘치는 추격이나 범죄 장면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예상과 다르게 굉장히 조용하게 흘러갑니다. 누군가는 밥을 먹고, 누군가는 일을 하고, 두 남자는 자신들이 맡은 일을 묵묵히 처리합니다. 처음에는 이런 장면들이 조금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사건이 벌어졌는데 왜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상이 이어지는지 의아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계속 보고 있게 됐습니다. 큰 사건이 터지지 않는데도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려웠습니다. 오히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순간에 무슨 일이 생길지 더 신경 쓰였습니다. 평범한 장면이 계속될수록 그 평범함이 언제 깨질지 기다리게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에서 웃긴 장면과 불편한 장면이 묘하게 섞여 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상황만 놓고 보면 심각한데 인물들의 행동은 어딘가 엉뚱하고, 그렇다고 마음 놓고 웃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영화 전체에 계속 이어져서 다른 범죄 영화와는 확실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말보다 표정이 더 많이 보였다
유아인이 연기한 태인은 말이 거의 없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 오히려 말을 많이 하지 않는 것이 이 인물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태인이 무엇을 말하는지보다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보게 됩니다. 누군가와 마주쳤을 때의 표정이나 잠깐 멈추는 모습, 아이를 대하는 태도 같은 작은 행동들이 계속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사가 많았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인물을 쉽게 판단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유재명이 연기한 창복은 태인과 반대로 말을 통해 상황을 설명하고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인물입니다.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말이 많은 사람과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가 분명한데, 그래서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두 사람이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사람들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서로에게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모습이 있는데, 그 안에서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런 일을 해왔는지도 자연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아이와 함께 있는 일상적인 장면들이었습니다. 겉으로 보면 평범한 식사나 대화처럼 보이는데, 저는 그 장면을 편하게 볼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이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평범한 행동 하나에도 계속 다른 의미가 생겼습니다.
누가 나쁜 사람인지 쉽게 말하기 어려웠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태인과 창복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였습니다. 분명히 두 사람이 하는 일은 잘못된 일입니다. 그렇다고 영화가 두 사람을 단순히 무서운 악당으로만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특히 태인을 보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이 사람이 정말 범죄자인가 싶은 장면도 있습니다. 아이를 대하는 모습이나 평범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냥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하는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히려 이 점이 영화를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아주 나쁜 사람처럼 보였다면 마음 편하게 미워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영화는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않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는 누군가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 역시 단순히 사건을 진행하기 위한 인물처럼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태인과 창복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동안 누가 옳고 그른지를 따지는 것보다 사람들이 왜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됐는지를 더 많이 생각하게 됐습니다.
물론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이상하게 인간적으로 보이는 순간이 한 영화 안에 같이 존재한다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끝난 뒤에도 깔끔하게 정리된 느낌보다는 찜찜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조용한데도 오래 기억에 남았다
소리도 없이를 보고 나면 화려한 액션 영화처럼 특정 장면 하나가 강하게 떠오른다기보다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남습니다. 특히 조용한 장면이 많았기 때문에 오히려 작은 행동이나 표정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전개가 느려서 조금 답답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다 보고 나니 그 느린 속도가 이 영화에 필요한 방식이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빠르게 사건을 보여줬다면 인물들을 이렇게 불편하게 바라보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다만 빠른 전개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답답하게 느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큰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범죄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생각보다 심심하다고 느낄 수도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그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취향을 조금 타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끝난 뒤에는 오히려 다른 범죄 영화보다 더 오래 생각났습니다. 누가 좋은 사람이고 나쁜 사람인지 단순하게 나눌 수 없었던 점, 평범한 일상과 범죄가 이상하게 한 화면 안에 함께 있었던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범죄 영화라고 해서 반드시 빠른 추격전이나 큰 사건이 계속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불편한 상황을 바라보게 하는 방식도 꽤 강한 긴장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소리도 없이는 재미있게 보고 바로 잊는 영화라기보다, 보고 난 뒤에 인물들의 행동을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조용한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분에게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평범한 분위기 속에서 서서히 불편함이 쌓이는 이야기를 좋아한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궁금했던 것들
소리도 없이는 어떤 영화인가요?
유괴 조직의 뒤처리를 하며 살아가는 태인과 창복이 한 아이를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범죄를 소재로 하지만 일반적인 범죄 영화와는 상당히 다른 조용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왜 제목이 소리도 없이인가요?
영화에서 대사와 큰 소리가 적다는 의미뿐 아니라, 인물들이 자신들의 일을 조용히 처리하고 사건 역시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 않는 분위기와도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느꼈습니다.
유아인의 역할은 어떤 인물인가요?
유아인이 연기한 태인은 말이 거의 없지만 행동을 통해 성격이 드러나는 인물입니다. 범죄에 가담하고 있으면서도 일상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무서운 영화인가요?
갑자기 놀라게 하는 공포 영화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대신 범죄 상황을 조용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편하고 긴장되는 순간이 많습니다. 빠른 액션보다 서서히 쌓이는 긴장감을 좋아한다면 더 잘 맞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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