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8일 CGV에서 본 어디갔어, 버나뎃 후기. 사라진 버나뎃을 따라가며 한 사람이 지쳐가는 과정과 다시 자신을 찾는 모습을 담은 영화입니다.

제목과 달랐던 버나뎃의 이야기
영화 제목만 봤을 때는 누군가 갑자기 사라지고, 그 사람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조금 미스터리한 영화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기 시작하니 제가 예상했던 방향과는 꽤 달랐습니다. 버나뎃이 어디로 사라졌는지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이 사람이 지금까지의 삶을 견디지 못하고 떠나게 되었는가였습니다.
2020년 10월 8일 CGV에서 관람했는데, 초반에는 버나뎃이라는 인물이 조금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말투도 날카롭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는 인물도 아니어서 처음에는 단순히 까칠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처음에 보였던 모습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버나뎃은 원래부터 사람을 싫어했던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지쳐 있었던 사람에 가까웠습니다. 예전에는 건축가로 자신의 일을 사랑했지만 지금은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주변의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영화가 진행될수록 제목에 있는 ‘어디갔어’라는 말도 단순히 장소를 묻는 말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버나뎃이라는 사람이 원래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리고 지금의 모습이 되면서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따라가는 이야기처럼 보였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이 보여준 지친 표정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배우는 역시 케이트 블란쳇이었습니다. 버나뎃은 감정을 크게 터뜨리는 인물이 아니기 때문에 배우의 표정과 말투가 특히 중요하게 느껴졌습니다. 화가 났을 때도 크게 소리치기보다는 표정이 굳어 있고,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도 어딘가 지친 느낌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왜 저렇게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날카롭게 반응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버나뎃이 어떤 시간을 보내왔는지를 알게 되면서 같은 장면을 보는 느낌이 달라졌습니다. 겉으로는 그냥 예민한 사람처럼 보여도 그 안에는 자신이 좋아했던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한다는 답답함이 쌓여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감정이 오히려 현실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사람이 힘들다고 해서 항상 눈물을 흘리거나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냥 말수가 줄어들기도 하고, 별것 아닌 일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피곤해질 수도 있습니다.
남편 엘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버나뎃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어서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생각하면서도 정작 버나뎃이 얼마나 힘든지는 제대로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래서 누가 명확한 악역이라고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딸 비 역시 중요한 인물입니다. 엄마를 무조건 이해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쉽게 포기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버나뎃과 비의 관계가 이 영화에서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라고 느꼈습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만, 가족이라서 오히려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웠습니다.
남극으로 떠난 버나뎃
영화 후반부에 버나뎃이 남극으로 향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집니다. 처음에는 갑자기 이야기가 너무 멀리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집과 동네에서 벌어지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남극이라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곳에 도착한 뒤 버나뎃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는 과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익숙한 환경에서 계속 같은 문제를 반복하는 대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간 것처럼 보였습니다.
특히 버나뎃이 다시 건축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예전의 자신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자신이 좋아했던 일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회복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쳐버린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괜찮아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오히려 아주 작은 관심이 다시 생기는 것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버나뎃에게는 건축이 그런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성공이나 좋은 직함보다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했던 사람인데, 어느 순간 그걸 잃어버리면서 자신까지 잃어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사라진 뒤에야 보였던 것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저는 버나뎃이 사라진 사건 자체보다 사라지기 전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을 참고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이 버나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버나뎃 역시 자신의 힘든 상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까운 가족이라고 해서 상대방의 마음을 항상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래서 영화 속 가족의 갈등이 어느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로를 아끼면서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고, 각자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했던 시간이 쌓여 결국 버나뎃이 아주 먼 곳까지 가게 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영화의 마지막도 좋았습니다. 모든 문제가 완벽하게 해결되었다고 말하지 않고, 버나뎃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정도에서 끝납니다. 오히려 그래서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처음에는 제목 때문에 가벼운 미스터리 영화나 실종 이야기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한 사람이 자신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으려는 과정에 가까웠습니다. 초반의 느린 분위기가 조금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버나뎃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왜 그렇게 천천히 이야기를 보여주는지도 조금씩 이해하게 됩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잘 살아가는 것’이 반드시 남들이 보기 좋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때 잘나가던 사람이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도 있고, 다시 자신이 좋아했던 일을 찾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어디갔어, 버나뎃은 크게 소리치면서 감정을 전달하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대신 지쳐버린 한 사람의 표정과 가족 사이의 어색한 거리감을 천천히 보여줍니다. 그래서 처음 예상했던 영화와는 달랐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오히려 그 차이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궁금했던 것들
어디갔어, 버나뎃은 어떤 영화인가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서 점점 멀어지던 버나뎃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실종 자체보다 버나뎃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는 데 더 초점이 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어떤가요?
감정을 크게 표현하기보다는 표정과 말투, 행동을 통해 버나뎃의 지친 상태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까칠해 보이는 인물이 점점 다르게 느껴지는 데 배우의 연기가 큰 역할을 합니다.
영화가 많이 무거운 편인가요?
주제가 가볍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만 이어지는 영화는 아닙니다. 가족 사이의 갈등이나 버나뎃의 독특한 행동에서 웃을 수 있는 장면도 있습니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아도 괜찮나요?
원작을 읽지 않아도 영화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원작 소설과 영화는 이야기의 구성과 인물의 비중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두 작품을 비교해 보는 재미는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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