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는 소식에 무슨 영화인지 찾지도 않고 봤던 영화, 언차티드. 낯익은 이름이지만 내가 모르는 뜻의 영어단어일 것으로만 추측했을 뿐이었습니다. 근데 알고 보니 원작이 있는 영화였고, 그것은 제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 소설, 만화도 아닌 바로 게임이었습니다.

게임원작 영화에 대한 편견, 실제로 맞았을까
일반적으로 게임 원작 영화는 원작 팬과 일반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편견을 그대로 갖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언차티드 게임을 한 번도 플레이해본 적이 없는데도, 영화 초반 10분 안에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습니다.
게임 원작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관 전달 방식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월드빌딩(World Building), 즉 관객이 그 세계를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도록 배경과 규칙을 심어주는 과정에서 보통 실패합니다. 여기서 월드빌딩이란 단순히 배경 설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그 세계의 논리를 자연스럽게 체화하도록 구성하는 연출 기법을 말합니다. 언차티드는 이 부분을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네이선 드레이크가 아직 미완성된 모험가라는 설정 덕분에, 관객과 주인공이 함께 세계를 처음 발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 즉 이야기가 전개되는 뼈대는 상당히 예측 가능한 편이었습니다. 배신과 반전이 반복되는 구성인데, 경험 있는 관객이라면 다음 장면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저도 중반 이후로는 "아, 이 인물이 배신하겠구나" 하고 느꼈고, 실제로 그렇게 됐습니다. 이야기보다 볼거리에 집중한 영화라는 점을 인정하고 들어가면 오히려 편합니다.
액션의 완성도, 스턴트와 시각효과의 균형
언차티드에서 제가 가장 만족했던 부분은 역시 액션 시퀀스(Action Sequence)였습니다. 여기서 액션 시퀀스란 단일 장면이 아니라, 여러 액션 장면이 연속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편집 단위를 의미합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이 시퀀스들이 끊김 없이 이어지다 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특히 비행기 화물 칸에서 매달려 이동하는 장면은 제가 직접 봤는데, 손바닥에 땀이 맺힐 정도였습니다. 이런 반응이 나왔다는 건 연출이 그만큼 몰입감을 만들어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톰 홀랜드가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통해 다져온 와이어 액션과 고공 퍼포먼스 능력이 여기서도 그대로 살아납니다.
영화 액션의 완성도를 판단할 때 흔히 쓰이는 기준이 프랙티컬 이펙트(Practical Effects)와 CGI의 비율입니다. 프랙티컬 이펙트란 CG 합성 없이 실제 세트나 소품, 배우의 몸을 이용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언차티드는 두 가지를 적절히 섞었는데, 일부 장면에서는 "저게 실제로 가능할까?" 싶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영화 전체 톤이 진지한 리얼리즘을 추구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았습니다.
언차티드 액션의 핵심 볼거리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화물기에서 낙하하는 컨테이너에 매달리는 고공 시퀀스
- 거대 범선 두 척이 공중에 매달린 채 벌어지는 클라이맥스 전투
- 유적 내부 퍼즐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추격전
- 바르셀로나 시가지를 배경으로 한 차량 추격 장면
톰 홀랜드와 마크 월버그, 케미가 만들어낸 것
케미스트리(Chemistry)는 배우들 사이의 현장 호흡이 관객에게 전달되는 에너지를 뜻하는 영화계 용어입니다. 두 배우가 실제로 서로를 신뢰하고 편안하게 대화할 때 화면 밖에서도 그게 느껴집니다. 언차티드에서 톰 홀랜드와 마크 월버그의 조합은, 솔직히 처음에는 조금 어색할 거라 예상했는데, 제 경험상 이 두 사람의 케미스트리는 예상보다 훨씬 잘 맞았습니다.
특히 서로를 100% 믿지 못하면서도 함께 움직여야 하는 관계, 이른바 적대적 협력 구도가 영화 전반에 흐릅니다. 이 구도가 자연스러운 코미디를 만들어내는 장면이 여러 번 있었고, 그 부분에서 웃음이 나오면서도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생겼습니다.
다만 게임 원작 팬 입장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의 설리는 훨씬 중후하고 노련한 이미지인 반면, 마크 월버그의 설리는 상대적으로 가볍습니다. 이 차이를 게임 이전 시대의 이야기, 즉 프리퀄(Prequel)로 받아들이면 어느 정도 납득이 됩니다. 프리퀄이란 기존 작품보다 시간적으로 앞선 시점을 다루는 전작을 의미합니다. 언차티드 영화는 두 인물이 완성되기 전의 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어설프고 가벼운 면이 오히려 설정에는 맞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반면 악역 캐릭터들의 입체감은 확실히 부족했습니다. 주인공들과의 긴장감 있는 심리전을 기대하기 어려웠고, 그 부분이 몰입도를 살짝 낮췄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분석에 따르면 흥행 액션 영화에서 강렬한 악역의 유무는 관객 만족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입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언차티드는 그 부분에서 약점을 드러낸 셈입니다.
모험 영화 장르로서의 완성도, 어디에 놓아야 할까
언차티드를 인디아나 존스나 내셔널 트레저 같은 작품과 비교해보면 이야기가 명확해집니다. 일반적으로 모험 영화는 지적 퍼즐과 신체적 액션, 그리고 역사적 소재를 버무려 관객에게 대리 모험의 즐거움을 주는 장르로 알려져 있습니다. 제 경험상 언차티드는 그 세 가지를 균형 있게 갖추고 있습니다. 다만 깊이보다 속도를 택한 영화입니다.
마젤란의 항해 전설을 소재로 활용한 부분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실제 역사 속 인물과 허구의 보물을 엮는 방식은 이 장르의 정석이고, 언차티드도 그 공식을 충실히 따릅니다. 역사적 사실과 픽션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는 이 기법은 모험 영화 특유의 설득력을 만들어냅니다.
미국 영화연구소(AFI)에 따르면 모험·액션 장르는 관객의 현실 도피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능적 오락 영화의 대표 장르로 분류됩니다(출처: American Film Institute). 언차티드는 바로 그 정의에 충실한 작품입니다. 영화가 끝난 뒤 저는 실제로 언차티드 게임 플레이 영상을 찾아봤습니다. 세계관이 궁금해진 겁니다. 영화가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을 만들어냈다면, 오락 영화로서 할 일은 다 한 셈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차티드는 완벽한 스토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아쉬운 작품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시간 동안 보물찾기의 설렘과 화려한 액션을 부담 없이 즐기고 싶다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입니다. 어릴 때 보물찾기 만화를 보며 느꼈던 두근거림과 비슷한 감각을 다시 찾고 싶은 분이라면, 큰 기대 없이 편하게 보시는 걸 권합니다.
참고: - 영화진흥위원회 (https://www.kofic.or.kr)
- American Film Institute (https://www.af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