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 개봉한 범죄도시4를 보고 나오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재밌긴 한데, 뭔가 익숙하다”였다. 이 시리즈가 워낙 강한 공식이 있는 작품이라 그런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흐름이 반복된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렇다고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익숙함 덕분에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만 이게 계속 이어진다면, 관객 입장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속도감은 여전하지만, 밀도의 변화
나는 이 영화를 2024년 6월 1일에 영화관에서 관람하였다. 범죄도시4의 가장 큰 장점은 전작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속도감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거의 멈추지 않고 달린다. 사건이 터지고, 추격이 이어지고, 충돌이 반복되는 구조다. 이런 전개 방식은 관객을 지루할 틈 없이 끌고 간다는 점에서 확실히 강점이다. 특히 초반부 몰입도는 꽤 높은 편이라, 어느 순간 영화에 푹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속도’가 때로는 ‘밀도’를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사건이 빠르게 전개되다 보니, 각각의 상황이 충분히 쌓이기 전에 넘어가는 느낌이 있다. 예를 들어 갈등이 깊어질 만한 장면에서도 바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면서 감정이 이어지지 않는다. 이건 액션 영화에서는 꽤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빠른 전개는 장점이지만, 때로는 여운을 지워버리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액션 자체는 강렬하지만, 끝나고 나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이건 시리즈가 길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한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런 시놉시스를 그대로 가져갈 생각일 지도 모른다. 그것이 오히려 이 범죄도시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희소식일 수도 있다. 어설프게 바뀌는 것 보다는 강점을 확실하게 가져가는 것이다.

마석도 캐릭터의 힘, 그리고 변화의 부재
이 시리즈의 중심은 역시 마석도다. 범죄도시4에서도 그는 여전히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준다. 등장하는 순간 분위기를 장악하고, 악역 캐릭터를 잡을 때마다 한 방 한 방이 묵직하게 전달된다. 이런 캐릭터는 사실 쉽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이 마석도 캐릭터때문에 배우 마동석 자체의 이미지도 이렇게 대중들에게 인식된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안정적이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캐릭터의 특성을 자연스럽게 살려낸다. 이런 디테일이 캐릭터를 더 살아 있게 만드는 것 같다. 하지만 코믹한 요소를 억지로 끼워 넣은 느낌이 있어서, 긴장되는 상황 속에서 일부러 그 느낌을 흐트러뜨릴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끼워넣은 느낌이 있었다. 전작들에서 나오는 개그 코드가 대부분의 대중들에게 웃음을 줬기 때문에 그에 응하는 장면을 넣으려고 노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이 아쉽기도 했다. 마석도는 이미 완성된 캐릭터라서, 더 이상 성장하거나 달라지는 모습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게 시리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요소이기도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이 나올까?”라는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부족했던 것 같다.
“강한 캐릭터는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빌런의 존재감, 기대에는 조금 못 미친다
범죄도시 시리즈를 이야기할 때 빌런을 빼놓을 수 없다. 이전 작품들은 강렬한 악역으로 큰 인상을 남겼는데, 이번 작품의 빌런은 그에 비해 약하게 느껴졌다.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캐릭터가 충분히 쌓이지 못한 느낌이다. 특히 갈등 구조가 빠르게 소비되면서, 긴장감이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 주인공과 빌런 사이의 심리적 대립이 깊어지기 전에 사건이 해결되는 흐름이 반복된다. 이건 이야기 구조의 문제라고 느껴졌다. 조금만 더 시간을 들여 관계를 쌓았다면 훨씬 더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래서 마지막 대결 장면도 예상 가능한 범위 안에서 마무리된다. 물론 액션 자체는 충분히 볼 만하지만, 감정적인 폭발이나 긴장감의 정점이라는 느낌은 약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좋은 빌런은 주인공을 더 빛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도시4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 시리즈는 이미 ‘재미있는 영화’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객은 어느 정도의 재미를 보장받고 극장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 기대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새로운 시도는 부족하다. 이야기 구조도 익숙하고, 캐릭터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게 나쁘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래, 이 맛에 보는 거지”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작품에서 조금 더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공식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요소를 추가한다면 훨씬 더 오래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주 묻는 질문
Q. 범죄도시4 전작 안 봐도 될까?
A. 큰 줄거리는 독립적이라 이해하는 데 문제는 없다. 다만 캐릭터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려면 이전 작품을 보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Q. 이번 편이 제일 재밌나?
A. 개인적으로는 2편이 가장 강렬했다고 느꼈다. 4편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임팩트 면에서는 조금 아쉽다고 느껴질 수 있다.
Q. 극장에서 볼 가치 있을까?
A. 액션과 사운드가 중요한 영화라 극장에서 보는 게 확실히 더 몰입감이 좋다. 집에서 보는 것과는 체감이 다르다고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