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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멀티버스, 완다, 샘 레이미)

리뷰더하기리뷰 2026. 8. 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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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블 영화를 극장에서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습니다. 유머 한 줄에 웃고, 액션 장면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그 익숙한 리듬 말입니다.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처음부터 그 리듬이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느낀 건, "이거 마블 맞나?"였습니다. 어두운 화면, 기묘하게 뒤틀리는 공간, 어딘가 불안한 음악. 그날 저는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영화를 보고 나왔습니다.

    영화 포스터.

    멀티버스, 무한한 가능성이자 양날의 검

    이번 시리즈의 핵심은 멀티버스(Multiverse)입니다. 멀티버스란 우리가 사는 우주 하나가 전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택과 결과로 이루어진 무수한 평행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개념입니다. 마블 코믹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써온 설정이었고, MCU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통해 이 개념을 처음으로 스크린에 본격 도입한 뒤, 이 작품에서 한층 더 확장했습니다.

    멀티버스라는 소재는 이론적으로 무엇이든 가능합니다. 다른 세계의 히어로들이 등장할 수도 있고, 완전히 뒤집힌 역할 구도를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이 소재로 이 정도밖에 못 갔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등장하는 평행 세계의 수는 적었고, 각 세계가 깊게 다뤄지기보다는 빠르게 지나쳐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멀티버스라는 장치가 의미 있었던 이유는, 단순한 볼거리가 아니라 닥터 스트레인지라는 인물의 내면을 보여주는 수단으로 쓰였기 때문입니다. 다른 세계의 자신을 마주하면서 "내가 한 선택이 정말 옳았는가"를 끊임없이 되묻는 구조, 그게 이 영화에서 가장 잘 작동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멀티버스 개념을 처음 접하는 분들을 위해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멀티버스는 하나의 선택이 분기점이 되어 전혀 다른 결과가 펼쳐지는 평행 세계 개념입니다.
    • MCU에서 이 개념은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처음 본격 도입되었습니다.
    • 닥터 스트레인지2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캐릭터의 내면 성장과 멀티버스를 연결합니다.

    완다, 악당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이유

    이 영화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했던 캐릭터는 닥터 스트레인지가 아니라 완다 막시모프였습니다. 엘리자베스 올슨이 연기한 완다는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드라마 완다비전에서 이어지는 감정선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완다비전을 시청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이해가 조금 더 쉬웠습니다. 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왜 갑자기 완다가 저렇게 되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완다비전은 완다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 슬픔을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방식으로 감당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완다는 스칼렛 위치(Scarlet Witch)로서 전면에 등장합니다. 스칼렛 위치란 마블 세계관에서 현실을 재편할 수 있는 극도로 강력한 마법 능력자를 가리키며, 단순한 히어로나 빌런의 범주를 넘어선 존재로 묘사됩니다. 완다는 이 능력을 이용해 자신의 아이들이 살아있는 다른 세계로 넘어가려 합니다.

    제가 이 캐릭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이유가 있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분명 잘못되었지만, 그 출발점만큼은 너무 인간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잃어버린 아이를 되찾고 싶다는 감정, 그걸 완전히 틀렸다고 단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다만 영화가 이 감정 변화를 조금 빠르게 처리한다는 느낌은 있었습니다. 완다가 왜 극단으로 치닫게 되었는지 더 많은 시간을 들였다면, 훨씬 강력한 드라마가 완성되었을 것 같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보여준 내면의 균열

    닥터 스트레인지 역의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번 작품에서 여러 버전의 스티븐 스트레인지를 연기해야 했습니다. 같은 얼굴이지만 서로 다른 선택을 한 존재들, 그 미묘한 성격 차이와 분위기를 몸과 표정만으로 표현하는 장면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수준의 연기였습니다. 단순히 의상이나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게 아니라, 같은 사람이 다른 삶을 살아왔을 때 만들어지는 눈빛과 태도의 차이를 표현해야 하는 작업입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 부분을 꽤 설득력 있게 소화했습니다.

    다만 영화 전체의 무게 중심이 닥터 스트레인지보다 완다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그의 두 번째 단독 영화인데도, 스트레인지의 내면 서사가 충분히 깊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그는 상황에 끌려다니는 인상이 강했고, 자신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장면은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그래도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라는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이야기 속 인물이 처음부터 끝까지 겪는 내면적 변화와 성장 곡선)는 분명하게 존재했습니다. 오만하고 자기확신이 강했던 인물이 자신의 한계를 마주하는 구조, 이 부분만큼은 이전 시리즈보다 성숙해진 스트레인지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샘 레이미가 마블에 새긴 공포의 질감

    이 영화가 다른 MCU 작품과 가장 크게 구별되는 지점은 감독 샘 레이미의 연출 스타일입니다. 그는 이블 데드 시리즈로 공포 영화 장르에 이름을 올린 감독이자, 초기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로 히어로 영화를 이끌었던 인물입니다. 두 장르를 모두 경험한 감독이 이번 작품에서 그 두 가지를 섞어놓았습니다.

    직접 봐보니 이 혼합이 꽤 효과적인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특히 마법 대결 장면에서 음악을 전투의 무기로 활용하는 시퀀스는, 제가 마블 영화를 20편 넘게 보면서도 처음 접하는 연출이었습니다. 음표가 날아다니며 공격과 방어가 이루어지는 장면은 독창적이라는 말 외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멀티버스, 공포, 가족 드라마, 히어로 액션을 한 편에 다 담으려다 보니, 각각의 깊이가 얕아진 느낌이 있었습니다. 장르 혼합은 신선했지만, 그 혼합이 균일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았습니다.

    MCU의 영화 제작 방식과 비교 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멀티버스 페이즈(Phase 4)에 해당하는 작품들은 단독 이야기보다 세계관 확장의 역할을 더 크게 부여받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출처: IMDb). 실제로 이 영화 역시 완결된 이야기라기보다 MCU라는 긴 시리즈 속 한 챕터로 보는 편이 더 적절합니다. 마블 스튜디오 공식 정보에 따르면, 이 작품은 어벤져스: 시크릿 워즈로 이어지는 멀티버스 사가의 중요한 연결 고리로 기획되었습니다(출처: Marvel 공식 사이트).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MCU가 기존의 공식을 벗어나 새로운 장르적 실험을 시도했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기억할 만한 작품입니다. 멀티버스라는 소재를 더 깊게 파고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 다음에 다시 볼 때는 스트레인지와 완다의 감정선에만 집중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보면 처음과는 조금 다른 영화가 보일 수 있습니다.


    참고: - IMDb, Doctor Strange in the Multiverse of Madness: https://www.imdb.com/title/tt94198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