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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영화는 개봉할 때마다 영화관에 가서 챙겨보는 편인데, 솔직히 더 마블스는 그냥 가볍게 보러 간 작품이었습니다. 캡틴 마블이 나온다는 것만 알고 들어갔다가, 예상과 꽤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에 오히려 집중하게 됐습니다. 거대한 전투보다 세 캐릭터가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세 히어로의 팀워크, 직접 겪어보니 예상과 달랐습니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어벤져스 시리즈처럼 스케일이 큰 전투 중심 영화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캡틴 마블, 모니카 램보, 미즈 마블 세 명이 능력을 '교환'하는 설정이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이 현상을 엔탱글먼트(Entanglement)와 유사한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여기서 엔탱글먼트란 물리학에서 두 입자가 거리에 상관없이 서로의 상태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한 명이 능력을 쓰면 다른 사람과 위치가 뒤바뀌는 방식입니다. 이 설정 덕분에 기존 마블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리듬의 전투 장면이 만들어졌고, 저는 그게 꽤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세 배우의 앙상블, 즉 앙상블(Ensemble)이란 여러 배우가 동등한 비중으로 함께 이야기를 이끄는 방식을 말하는데, 이 점에서 더 마블스는 분명한 강점을 보여줍니다. 브리 라슨이 연기하는 캡틴 마블은 이전 작품보다 더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고, 테요나 패리스의 모니카 램보는 감정적인 무게를 담당했습니다. 그리고 이만 벨라니의 미즈 마블은, 솔직히 이 캐릭터가 없었다면 영화가 훨씬 무거워졌을 거라는 생각이 들 만큼 분위기를 살렸습니다.
제가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세 인물의 케미스트리(Chemistry)가 억지스럽지 않게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케미스트리란 배우 또는 캐릭터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호흡과 유대감을 의미합니다. 서로 처음에는 어색해하다가 점점 한 팀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전형적인 공식을 따르면서도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었습니다.
더 마블스에서 팀워크가 드러나는 핵심 장면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세 명이 처음으로 위치가 교환되며 혼란을 겪는 초반부 전투
- 능력 교환에 익숙해지면서 본격적으로 호흡을 맞추는 중반부 액션
- 각자의 역할을 인정하고 협력으로 위기를 넘기는 클라이맥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캡틴 마블과 모니카 램보 사이의 관계 변화는 영화에서 중요한 감정선인데, 저는 이 부분은 좀 아쉬웠습니다. 두 사람의 거리감이 회복되는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지나가서, 조금 더 천천히 다뤘다면 훨씬 큰 울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MCU 세계관 속에서 이 영화가 가진 자리
더 마블스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즉 마블이 구축한 거대한 공유 세계관의 33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이 정도 숫자가 쌓이다 보니, 이번 작품도 이전 작품들과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디즈니+ 시리즈인 미즈 마블과 완다비전을 본 관객이라면 캐릭터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저처럼 드라마를 일부 놓친 상태로 관람하면 설정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 피로(Franchise Fatigue)'라고 부릅니다. 프랜차이즈 피로란 같은 세계관의 작품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관객이 감정적·정보적으로 지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더 마블스의 북미 박스오피스 성적은 MCU 역사상 가장 낮은 수준이었으며, 이는 마블 스튜디오가 콘텐츠 과잉 공급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빌런인 다르-벤에 대해서도 한마디 덧붙이고 싶습니다. 단순히 나쁜 목적을 가진 캐릭터가 아니라 자신의 민족을 구하기 위해 움직이는 인물로 설정된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이런 방식을 내러티브 이론에서는 안티히어로 아크(Anti-hero Arc)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안티히어로 아크란 선악의 경계가 불분명한 인물의 동기를 통해 도덕적 복잡성을 만드는 구조를 말합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건 좀 아쉬웠습니다. 다르-벤이 왜 그토록 캡틴 마블에게 집착하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내면 변화를 겪었는지가 충분히 그려지지 않아 위협적인 존재로 다가오지 못했습니다.
한편 MCU 세계관 확장의 장단점에 대해 영화 전문 매체들은 꾸준히 분석을 내놓고 있는데, 세계관 연결성이 강해질수록 신규 관객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는 점은 공통된 지적입니다(출처: IMDb).
그럼에도 더 마블스가 보여준 방향은 나름대로 의미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거대한 세계를 구하는 영웅보다, 서로 부족한 사람들이 힘을 합쳐 문제를 해결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는 점에서 기존 마블 영화들과 결이 달랐습니다.
마블 팬이라면 더 마블스를 보기 전에 미즈 마블 시리즈와 캡틴 마블 원편을 먼저 챙겨보시길 권합니다. 제가 관람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드라마를 다 봤으면 더 재미있었겠다"였으니까요. 거대한 액션을 기대하고 들어간다면 아쉬울 수 있지만, 세 캐릭터가 만들어가는 관계와 팀워크에 집중해서 본다면 나름의 온기가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