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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츠* (캐릭터 서사, 영웅의 조건, MCU 방향성)

리뷰더하기리뷰 2026. 8. 20. 11:54

목차


    마블 영화를 볼 때마다 "이번엔 또 누가 세계를 구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지 않으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썬더볼츠*를 보고 나서는 그 질문 자체가 달라졌습니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상처와 실패를 안고 모인 이들이 과연 영웅이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이 영화가 끝난 뒤에도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영화 포스터.

    캐릭터 서사 — 완벽하지 않아서 오히려 공감됐습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반신반의했습니다.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이미 어벤져스라는 거대한 팀이 존재하는데, 새로운 팀을 또 만드는 게 의미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썬더볼츠*는 어벤져스와 출발점이 다릅니다. 어벤져스가 능력과 신념으로 뭉친 팀이라면, 썬더볼츠*는 각자의 상처와 목적을 가진 인물들이 어쩌다 한자리에 모인 팀에 가깝습니다.

    영화의 중심에는 옐레나 벨로바가 있습니다. 그녀는 레드룸(Red Room) 출신의 훈련된 암살자입니다. 여기서 레드룸이란 구소련 시절 설계된 비밀 훈련 프로그램으로, 어린 여성들을 세뇌하고 훈련시켜 국가의 무기로 만든 조직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살인 병기로 키워진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플로렌스 퓨는 이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겉으로는 농담을 던지고 강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무너지고 있는 인물의 감정선을 아주 세밀하게 잡아냈습니다. 제가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오래 눈길이 머문 건 액션 장면이 아니라 옐레나의 표정이었습니다.

    버키 반즈의 서사도 인상적입니다. 그는 MCU에서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한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겪는 내면의 변화와 성장 과정이 가장 복잡하게 설계된 인물 중 하나입니다. 과거 윈터 솔져로 세뇌되어 수십 년간 암살 임무를 수행했고, 그 기억과 죄책감을 지금도 끌어안고 살아갑니다. 이번 영화에서 그는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그 변화가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보여서,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썬더볼츠*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옐레나 벨로바: 레드룸 출신 암살자, 나타샤의 죽음 이후 정체성을 찾는 중
    • 버키 반즈: 윈터 솔져라는 과거를 안고 스스로의 선택으로 싸우는 인물
    • 레드 가디언: 강한 척하지만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인간적인 캐릭터
    • 고스트: 능력 자체가 고통인, 신체적·심리적 불안정을 안고 있는 인물
    • U.S. 에이전트: 정의라는 개념 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한 캐릭터

    캐릭터들이 이렇게 다층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른 방식으로 봐야 합니다. 스펙터클을 기대하고 들어가면 심심할 수 있지만, 각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의외로 공감이 많이 됩니다. 저도 살면서 실수를 후회하거나 스스로를 의심한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 감정이 스크린 위 캐릭터들에게 겹쳐 보이는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영웅의 조건과 MCU 방향성 — 마블은 지금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웅의 조건이란 무엇일까요? 강한 능력? 흔들리지 않는 신념? 썬더볼츠*는 그 질문에 조금 다른 방향으로 답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밝은 분위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색조와 무거운 감정선이 지속되는데, 이는 의도적인 연출 선택으로 보입니다. MCU에는 '톤 앤 매너(Tone and Manner)'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감각적 방향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초기 어벤져스 시리즈가 유쾌함과 긴장감을 동시에 가져갔다면 썬더볼츠*는 의도적으로 더 어두운 쪽을 택했습니다. 제가 직접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이 선택이 때로는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결국 인물들의 감정을 더 선명하게 만들어줬다는 점입니다.

    마블은 2008년 아이언맨 1편을 시작으로 MCU를 구축해왔습니다. 2019년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1단계부터 3단계에 걸친 이야기가 마무리된 이후, 이른바 '포스트 엔드게임' 시대의 방향성에 대한 팬들의 의구심이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출처: Marvel Entertainment). 이 시기 MCU는 멀티버스(Multiverse), 즉 여러 개의 평행 우주가 동시에 존재하는 개념을 서사의 중심으로 삼았습니다. 멀티버스란 하나의 결정이 달라졌을 때 분기되는 또 다른 우주를 의미하며, 무한한 가능성을 서사에 열어주는 동시에 이야기의 무게감을 분산시키는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썬더볼츠*는 그 흐름에서 한 발 물러선 작품으로 읽힙니다. 우주의 운명 대신 개인의 상처를, 거대한 빌런 대신 인물들 내면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이 방향성이 모든 관객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도 자체는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솔직히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여러 캐릭터를 한 편 안에 담으려다 보니, 개별 서사의 깊이가 충분히 채워지지 못한 느낌이 있었습니다. 특히 이전 MCU 작품들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캐릭터들의 감정적 맥락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영화 전체를 통해 감정이입이 되려면 최소한 블랙 위도우, 팔콘과 윈터 솔져 정도는 보고 오는 것이 좋다는 게 제 경험상의 조언입니다.

    영화 비평 매체들의 반응을 보면, 썬더볼츠*는 캐릭터 중심 서사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 빌런의 매력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좋은 히어로 영화는 주인공만큼 강력한 상대가 있어야 이야기의 긴장감이 살아납니다. 이 부분이 아쉽다는 의견에는 저도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썬더볼츠*가 남긴 인상은 꽤 강했습니다. 화려한 전투 장면보다 인물들이 서로를 마주하는 장면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마블이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건 결국 하나인 것 같습니다. 영웅은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다시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썬더볼츠*를 완벽한 영화라고 부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MCU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는 충분히 볼 가치가 있습니다. 캐릭터의 감정 변화에 집중하며 보고 싶은 분이라면, 이전 작품을 조금 예습하고 극장에 가시길 권합니다. 화려한 능력보다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 한 번쯤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도대체 왜 썬더볼츠*는 뒤에 *가 붙어있는 것일까요?)


    참고: - Marvel Entertainment 공식 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