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어벤져스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약 15억 달러를 벌어들이며 당시 역대 3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앞전의 마블 시리즈 영화를 다 너무 재미있게 보아서 이 영화를 보지 않는다는 선택은 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영화를 보고, 보고 난 후 계속 감탄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수년간의 빌드업이 완성된 역사적인 크로스오버
어벤져스가 단순한 히어로 집합체가 아닌 이유는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틀 안에서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MCU란 여러 편의 독립 영화가 하나의 세계관으로 연결되어, 캐릭터와 사건이 작품 간에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제작 방식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각각의 영화가 하나의 거대한 시리즈 드라마의 에피소드처럼 기능하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이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2012년 당시에는 그야말로 파격적이었습니다. 아이언맨, 인크레더블 헐크, 토르: 천둥의 신, 퍼스트 어벤져까지 총 5편의 사전 작품이 각자의 이야기를 쌓으면서 조금씩 복선을 심어 온 결과물이 바로 어벤져스였으니까요. 저는 이전의 시리즈를 다 보았지만, 함께 본 사람은 아이언맨만 봤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빌드업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지 못한 채 극장에 앉았는데도,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캐릭터의 존재감이 자연스럽게 전달됐다고 했습니다. 사전 영화를 전부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 몰입이 가능하다는 점이 오히려 놀라웠습니다.
빌런으로 로키를 선택한 것도 이 빌드업 전략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로키는 이미 토르 편에서 충분히 서사가 쌓인 캐릭터라 관객 입장에서 낯설지 않았고,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맥락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악당보다 훨씬 설득력 있는 갈등 구조가 만들어진 이유입니다.
팀워크가 완성되기까지의 충돌과 갈등
어벤져스를 처음 봤을 때는 뉴욕 전투 장면에 압도되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 다시 봤을 때는 오히려 전반부의 캐릭터 간 충돌 장면들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 영화는 액션 영화라기보다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작품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토니 스타크와 스티브 로저스는 가치관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브루스 배너는 자신 안의 헐크를 두려워하며, 토르는 동생 로키를 혼자 해결하려 합니다. 각자가 이미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구해 온 사람들이라, 처음부터 팀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여기서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라는 개념이 중요해집니다. 캐릭터 아크란 등장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내면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는 서사적 흐름을 말합니다. 어벤져스는 한 편의 영화 안에서 여섯 명의 캐릭터 아크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구조였는데, 각자가 너무 돋보이지도, 너무 묻히지도 않게 균형을 잡은 점이 지금도 감탄스럽습니다. 또 저는 위에서 얘기한 충돌 과정이 없었다면 후반부의 팀플레이가 그만큼 감동적이지 않았을 거라고 봅니다. 갈등이 충분히 쌓였기 때문에 하나로 뭉치는 순간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MCU 영화의 팀 구성과 서사 방식에 대해 영화학계에서도 꾸준히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벤져스는 앙상블 영화(ensemble film)의 성공적인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출처: 영국영화협회 BFI). 앙상블 영화란 특정 주인공 한 명이 아닌 여러 인물이 대등한 비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형식의 영화를 뜻합니다.
캐릭터별 존재감과 명장면의 완성도
저는 이 영화에서 마크 러팔로가 처음으로 브루스 배너를 연기했다는 점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이건 꽤 인상적인 캐스팅 변경이었는데, 이전 헐크 시리즈보다 훨씬 인간적이고 조용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난 항상 화가 나 있어"라는 대사와 함께 헐크로 변하는 장면은 솔직히 극장에서 소름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각 캐릭터가 뉴욕 전투에서 어떻게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롱테이크(long take) 기법으로 히어로들을 한 번에 훑는 장면이 있는데, 롱테이크란 편집 없이 카메라가 지속적으로 촬영하는 기법으로, 장면의 연속성과 현장감을 극대화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그 장면이 나오자 극장 안에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탄성을 내뱉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블랙 위도우와 호크아이처럼 초능력이 없는 캐릭터가 전혀 밀리지 않는다는 것도 잘 된 부분입니다. 초능력 없이 심리전과 전술적 판단으로 팀에 기여하는 장면은 오히려 더 현실적인 긴장감을 만들어 냈습니다. 저는 이 두 캐릭터가 없었다면 어벤져스가 '슈퍼파워 대결'로만 끝났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벤져스가 현대 블록버스터 문법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미국영화협회(AFI)도 주목한 바 있으며, 이 작품은 이후 유니버스 기반 프랜차이즈 제작의 표준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영화협회 AFI).
지금 다시 봐도 통하는 이유와 솔직한 아쉬움
어벤져스를 최근에 다시 봤을 때, 시각 효과(VFX) 측면에서 이후 MCU 작품들과 비교하면 다소 단순해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VFX(시각 효과)란 컴퓨터 그래픽이나 디지털 기술로 현실에서 촬영하기 어려운 장면을 구현하는 기술을 말합니다. 최신 작품들은 VFX 규모가 훨씬 크지만, 어벤져스는 오히려 전투 장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 구조였습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치타우리 군단은 숫자는 많지만 개별 위협감이 약해서, 히어로들이 너무 쉽게 제압하는 느낌이 있습니다.
- 로키가 후반부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쉽게 무력화되는 장면은 초반의 위협감과 다소 괴리가 있습니다.
- 이전 MCU 작품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일부 캐릭터의 감정선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벤져스가 클래식으로 남을 수 있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화려한 액션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갈등을 극복하며 팀이 되는 과정이 이 영화의 진짜 무게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희석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어벤져스는 MCU의 분기점이 된 작품이자, 현대 블록버스터 영화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증명한 작품입니다. MCU를 처음 접하는 분이라면 이 영화부터 시작해도 충분하고, 오래전에 보셨던 분이라면 다시 한번 꺼내 볼 가치가 있습니다. 어쩌면 처음 봤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부분에서 더 큰 재미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참고: - 영국영화협회 BFI: https://www.bfi.org.uk
- 미국영화협회 AFI: https://www.af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