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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개봉 당일 극장을 나오면서 말이 없어졌습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단순히 재미있는 영화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10년 넘게 이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마지막 장이라는 사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편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인피니티 사가의 마무리, 어떻게 볼 것인가
엔드게임은 MCU가 구축한 인피니티 사가(Infinity Saga)의 결말입니다. 여기서 인피니티 사가란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2019년 엔드게임까지 이어진 총 23편의 연결 영화군을 의미합니다. 단일 작품이 아니라 10년 이상의 세계관 전체를 하나의 서사 단위로 묶은 개념이라서, 엔드게임을 이해하려면 이 맥락을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영화가 특별한 이유에 대해 "MCU를 거의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그냥 긴 액션 영화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저도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주변에서 전작 없이 엔드게임을 처음 본 지인이 "왜 다들 우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인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 순간에야 이 영화의 감동이 순수하게 영화적 완성도보다 관객이 쌓아온 시간에서 나온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전작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타노스는 인피니티 건틀렛(Infinity Gauntlet)을 완성합니다. 인피니티 건틀렛이란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장착한 장갑으로, 착용자에게 현실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절대적 힘을 부여하는 도구입니다. 타노스는 이를 이용해 우주 생명체 절반을 소멸시키는 데 성공했고, 엔드게임은 그 결과 이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영웅들이 패배한 뒤부터 시작하는 구성 자체가 기존 히어로 영화와 다른 출발점이었습니다.
캐릭터가 전달한 감정, 액션보다 오래 남은 것들
엔드게임에서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실 전투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영화 초반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 특히 5년이라는 시간을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온 영웅들의 표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아이언맨 역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이 영화에서도 굉장히 뛰어난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토니 스타크라는 캐릭터의 서사 아크(Character Arc), 즉 캐릭터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걸어온 변화의 궤적을 생각하면 이 배우의 연기는 단순한 퍼포먼스 이상이었습니다. 자신감과 두려움, 그리고 가족을 지키려는 책임감이 한 장면 안에 공존하는 연기를 보면서, 저는 마지막 선택의 순간에 화면보다 제 눈물을 더 빨리 느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의 결말에 대해서는 시각이 나뉘는 편입니다. "캐릭터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고 보는 분들도 있었고, 저는 오히려 "처음부터 그가 원했던 삶을 마침내 선택했다"고 봤습니다. 어느 쪽이 맞느냐보다, 그 마지막 장면이 관객마다 다른 해석을 불러일으킨다는 점 자체가 이 영화가 단순한 오락 영화가 아님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엔드게임에서 주목할 만한 캐릭터별 마무리 방식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이언맨: 가족을 가진 이후에도 결국 희생을 선택하며 캐릭터 성장을 완성
- 캡틴 아메리카: 싸움이 아닌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결말로 마무리
- 블랙 위도우: 비교적 짧게 다뤄졌지만 동료를 위한 희생이라는 주제로 귀결
- 토르: 실패와 자기혐오를 경험한 뒤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통해 인간적인 면모 부각
시간 여행 설정, 논란과 의도 사이
엔드게임에서 시간 여행의 핵심 장치로 등장하는 것이 퀀텀 렐름(Quantum Realm)입니다. 퀀텀 렐름이란 물리적 공간 개념이 적용되지 않는 아원자(亞原子) 수준의 차원으로, MCU에서는 이 공간을 통해 시간을 역행하는 이동이 가능하다는 설정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일반적인 물리학 법칙과는 거리가 있어 과학적 관점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이 설정에 대해 "시간 여행의 논리가 허술하다"는 의견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저도 두 번째로 봤을 때는 타임라인 처리 방식이 완벽하게 정합적이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이 부분을 논리적 결함으로만 보면 영화가 반쯤 보이지 않습니다. 시간 여행은 과학적 설명보다 각 캐릭터가 과거의 자신을 마주하고 최후의 선택을 준비하게 만드는 서사 장치로 기능했기 때문입니다. 이전 MCU 작품들의 주요 장면을 다시 방문하는 구성은, 팬들에게는 지나온 시간을 함께 돌아보는 경험이었습니다.
MCU 영화 전반에 대한 관객 만족도와 세계관 구성 전략은 영화 산업 분석 자료에서도 꾸준히 다뤄지는 주제입니다. 박스오피스 모조 데이터 기준으로 엔드게임의 전 세계 누적 흥행 수익은 약 27억 9천만 달러로, 오랫동안 역대 전 세계 흥행 1위를 기록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흥행 기록이 말해주는 것, 그리고 남은 아쉬움
엔드게임의 흥행은 단순히 마블 팬덤의 결집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영화 개봉 당시 스포일러를 피하기 위한 사회적 분위기 자체가 하나의 현상이었습니다. 저도 개봉 전 약 2주간 SNS 접속을 줄였고, 동료들끼리 "절대 먼저 본 사람은 말하지 말자"는 암묵적 약속이 있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다른 영화에서는 거의 없었습니다.
루소 형제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립니다. 수십 명의 히어로가 등장하는 대규모 앙상블 연출을 훌륭하게 소화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일부 캐릭터는 등장 시간이 지나치게 짧아 활용도가 낮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캐릭터 몇몇이 마무리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23편의 이야기를 한 작품으로 묶는 것 자체가 전례 없는 시도였음을 감안하면, 그 아쉬움도 이 영화가 얼마나 많은 것을 담으려 했는지의 반증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영화 연구 기관의 관점에서도 MCU의 세계관 구축 방식은 프랜차이즈 스토리텔링의 새로운 모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영화협회(MPA)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북미 극장 관객 수 회복에 엔드게임이 유의미한 역할을 했다고 분석되었습니다(출처: Motion Picture Association).
영화를 보고 난 뒤 오래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꼽아보면, 화려한 전투보다 조용한 대화 장면들이 더 선명합니다. 토니 스타크가 딸에게 말하는 장면, 캡틴 아메리카가 엘리베이터에서 자신을 마주하는 장면, 이런 순간들이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지탱하는 진짜 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엔드게임은 완벽한 영화는 아닙니다. 설정의 허점을 찾으려 들면 분명히 찾을 수 있고, 일부 캐릭터의 처우에 아쉬움을 느끼는 것도 타당합니다. 그러나 10년 동안 관객과 함께 성장한 캐릭터들이 마지막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그 감정을 담아내는 데 있어서 이 영화는 아직까지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습니다.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고르라면 저는 지금도 이 작품을 목록에서 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참고: - Box Office Mojo — 어벤져스: 엔드게임 전 세계 흥행 기록
- Motion Picture Association(MPA) — 2019 THEME Re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