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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면,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면서 공룡 로봇이 나오는 순간 옆에 앉은 친구와 눈빛을 교환했습니다. "저게 진짜 나오는 거야?"라는 표정이었죠.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계속 봐온 입장에서도 다이노봇의 등장은 예상보다 훨씬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 전체를 두고 보면, 좋은 소재를 가지고도 충분히 써먹지 못한 아쉬움이 꽤 남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케이드와 옵티머스, 새 출발의 가능성과 한계
2014년 개봉한 이 영화는 기존 주인공 샘 윗위키 대신 마크 월버그가 연기하는 발명가 케이드 예거를 전면에 내세웁니다. 케이드는 고장 난 물건을 사서 고치는 방식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인물입니다. 딸 테사와 단둘이 사는 형편이라 당장 내일 생활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죠. 세계를 구하러 나선 영웅이 아니라 그냥 먹고살기 바쁜 아버지가 주인공이라는 설정은 제가 처음 영화를 봤을 때 꽤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케이드가 폐차 직전의 트럭을 사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 트럭의 정체가 바로 옵티머스 프라임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카고 전투(Dark of the Moon 사건)는 트랜스포머 실사 영화 세계관에서 디셉티콘과 오토봇이 도심 한복판에서 충돌한 대규모 교전입니다. 쉽게 말해 외계 로봇들이 미국 대도시를 전쟁터로 만들었던 사건인데, 영화는 그 여파로 인간들이 오토봇까지 적으로 규정하게 됐다는 설정을 깔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설정이 상당히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전쟁이 끝난 뒤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위험물로 분류되는 상황은 분명히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소재입니다. 실제로 대규모 재난 이후 구조에 기여한 주체가 동시에 사고 원인으로도 지목받는 일은 현실에서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이 소재를 깊이 파고들지 않습니다. 옵티머스가 분노하고, 인간을 불신하고, 케이드를 통해 다시 신뢰를 회복하는 흐름이 있기는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빠르게 지나갑니다.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인물이 내적으로 변화해 가는 서사 흐름이 충분히 그려지지 않은 것이죠. 조금 더 시간을 들여 옵티머스의 내면적 갈등을 보여줬다면, 이 영화는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오래 기억될 작품이 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케이드라는 캐릭터의 직업 설정도 아쉬운 부분입니다. 발명가라는 설정은 캐릭터에 개성을 부여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인데, 실제 영화에서는 액션 장면을 연결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소비됩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도 "이 사람이 발명가라서 달라지는 게 뭐지?"라는 생각을 한 번 이상 했습니다.
그래도 마크 월버그의 연기는 전체적인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거친 인상에 가족을 위해 무모하게 뛰어드는 모습이 캐릭터와 자연스럽게 어울렸습니다.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서사 구조적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기존 주인공 교체로 시리즈의 리부트(reboot) 효과를 노린 구성. 리부트란 기존 세계관을 유지하면서 인물과 분위기를 새롭게 재출발시키는 방식입니다.
- 시카고 전투 이후 인간-오토봇 관계의 역전이라는 전작과의 연속성
- 가족 갈등(케이드-테사)을 외부 전투와 병렬로 배치한 서브플롯(subplot) 구조. 서브플롯이란 주요 이야기와 함께 진행되는 보조적인 이야기 흐름을 말합니다.
영화 산업의 흥행 데이터를 보면,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티켓 판매량을 유지해 왔습니다. 이 작품 역시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약 11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리즈의 상업적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수치입니다(출처: Box Office Mojo).
다이노봇이 남긴 것, 비주얼의 쾌감과 설명의 부재
이 영화를 보러 간 사람 중에 다이노봇을 기대하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등장하는 순간, "아, 이래서 만들었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습니다.
다이노봇 중 가장 많이 등장하는 그림록(Grimlock)은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형태의 트랜스포머입니다. 여기서 트랜스포머의 핵심 기술적 개념인 얼터네이트 모드(alternate mode)가 등장합니다. 얼터네이트 모드란 트랜스포머가 로봇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변신하는 상태를 뜻하는데, 기존 오토봇이 자동차나 트럭 같은 현대 기계류를 채택했다면 다이노봇은 공룡이라는 전혀 다른 생물 형태를 선택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옵티머스가 그림록 위에 올라타 전투하는 장면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현실적인 논리는 잠시 내려놓게 만드는, 굉장히 만화적인 장면이었는데 오히려 그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어릴 때 장난감 가지고 놀 때 이런 상상을 했던 기억이 있어서인지, 화면에서 실제로 보니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만 다이노봇이 어디서 왔는지, 왜 이 모습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합니다. 기존 트랜스포머 프랜차이즈의 팬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넘어갈 수 있지만, 처음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갑자기 공룡 로봇들이 나타나는 상황이 다소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제가 같이 본 친구 중 한 명이 "저 공룡들은 도대체 어디 있다가 나온 거야?"라고 물었는데, 저도 제대로 설명해 주기가 어려웠습니다.
영화의 시각효과(VFX) 측면에서 보면, 이 작품은 당시 기술 수준에서 꽤 많은 것을 해냈습니다. VFX란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해 실제 촬영 장면에 가상의 이미지를 합성하는 기술을 말하는데, 다이노봇처럼 거대한 생물형 로봇을 도심 전투 장면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작업입니다. 영화의 VFX 작업을 담당한 ILM(Industrial Light & Magic)은 스타워즈 시리즈부터 마블 영화까지 수십 년간 시각효과 분야를 이끌어온 회사입니다(출처: ILM 공식 사이트).
마이클 베이 감독 특유의 빠른 편집 리듬이 다이노봇 장면에서 오히려 단점이 됩니다. 컷 편집(cut editing), 즉 장면과 장면 사이를 빠르게 전환하는 방식은 긴장감을 높이는 데 유리하지만, 거대한 공룡의 크기와 움직임을 충분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카메라가 조금 더 멀리서, 조금 더 길게 담아줘야 했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그래도 다이노봇의 등장이 이 영화의 가장 강렬한 기억 포인트라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스토리가 다소 허술하더라도 "공룡 로봇이 도심에서 싸운다"는 이미지 하나는 확실하게 남습니다.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전반적으로 보면, 이 작품은 기존 팬과 신규 관객 모두를 겨냥하면서 결국 어느 쪽도 완전히 만족시키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완성도를 중시하는 분들은 아쉽다고 보는 경향이 있고, 저도 그 의견에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반면 블록버스터의 스케일 자체를 즐기는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볼 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도 납득이 됩니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는 결국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영화입니다. 옵티머스와 인간의 관계, 전쟁 이후 영웅의 위치라는 진지한 소재를 품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그 소재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거대한 액션으로 덮어버렸습니다. 그게 아쉽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고, 그래서 트랜스포머답다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솔직히 두 의견 모두 맞다고 봅니다. 다이노봇이 처음 등장하던 그 순간의 설렘은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극장에 갔던 보람은 있었습니다.
참고: - Box Office Moj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