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봤던 영화를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전혀 다른 장면에서 멈추게 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겨울왕국을 처음 봤을 때는 렛잇고 장면만 반복해서 돌려봤는데, 얼마 전 다시 보다가 엘사가 방문을 닫는 장면에서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졌습니다. 화려한 마법보다 두 자매의 어긋난 시간이 더 크게 들어왔습니다.엘사의 자기수용 서사, 실제로 얼마나 설득력 있을까겨울왕국은 '자기수용(self-acceptance)'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이라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자기수용이란 자신의 특성, 약점, 차이를 부정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심리적 과정을 말합니다. 이 개념은 심리학에서 자존감 형성의 핵심 요소로 다뤄지는데, 겨울왕국은 그 과정을 엘사라는 캐릭터를 통해 시각화했습니다.일반적으로 겨울왕국을..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처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전편이랑 비슷하게 웃기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집에서 다시 봤을 때, 화면 속 욘두의 눈빛 하나에 멈칫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 전혀 다른 영화가 되는 작품입니다.베이비 그루트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이야기혹시 처음 이 영화를 보셨을 때, 베이비 그루트가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에서만 웃다 나오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그랬습니다. 극장 분위기 자체가 그 장면에서 한 번 크게 터졌고, 저도 그 흐름에 실려 가며 영화 전체를 유쾌한 우주 액션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2017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전편 대비 이야기 전개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 관람 ..
좀비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저도 개봉 당일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원작 웹툰이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오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좀비보다 가족이 더 강하게 남는 영화, 좀비딸 이야기입니다.장르혼합이 만들어낸 낯선 설득력좀비딸은 장르 혼합(genre hybrid) 작품입니다. 장르 혼합이란 공포, 코미디, 드라마처럼 서로 다른 장르의 문법을 한 작품 안에 동시에 담아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자칫 하면 어느 장르도 제대로 못 건드리는 산만한 결과물이 나오기 쉬운데, 이 영화는 그 균형을 꽤 안정적으로 잡아냅니다.제가 직접 관람해보니, 웃긴 장면에서 실제로 웃고 있다가 다음 컷에서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는 경험을 했습니다. 할머니와 수아의 관계나 ..
"어쩔 수가 없었다"는 말, 살면서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꺼낸 적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 말이 그냥 포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그 단어의 무게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답이 없는 상황에 몰린 사람이 내리는 선택을 이 영화는 끝까지 정면으로 들여다봅니다.절박한 선택이 만들어지는 구조영화를 보면서 제가 내내 불편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만수라는 인물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황에서 다른 길이 정말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행동의 강도가 아닌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게 단순한 감정 이입이 아니라, 인간이 극단적인 압박 앞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과 맞닿아 있어서 더 불편했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