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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처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전편이랑 비슷하게 웃기네"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집에서 다시 봤을 때, 화면 속 욘두의 눈빛 하나에 멈칫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처음 볼 때와 두 번째 볼 때 전혀 다른 영화가 되는 작품입니다.

베이비 그루트 뒤에 숨어 있던 진짜 이야기
혹시 처음 이 영화를 보셨을 때, 베이비 그루트가 음악에 맞춰 춤추는 장면에서만 웃다 나오지는 않으셨나요? 저는 그랬습니다. 극장 분위기 자체가 그 장면에서 한 번 크게 터졌고, 저도 그 흐름에 실려 가며 영화 전체를 유쾌한 우주 액션 정도로 받아들였습니다.
2017년 개봉 당시 이 영화는 전편 대비 이야기 전개가 느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저도 처음 관람 때 대화가 많다고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건 결함이 아니라 의도된 선택이었습니다. 감독 제임스 건은 캐릭터 간 감정선, 즉 내러티브 아크(Narrative Arc)에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아크란 인물이 처음 상태에서 어떤 사건을 거쳐 변화하는 감정의 흐름을 뜻합니다. 화려한 전투보다 인물이 어떻게 흔들리고 성장하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음악 활용 방식도 전편보다 한 단계 깊어졌습니다. 'Awesome Mix Vol.2'에 담긴 곡들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극 중 감정을 직접 설명하는 다이에게틱 사운드(Diegetic Sound) 역할을 합니다. 다이에게틱 사운드란 영화 속 인물도 실제로 듣고 있는 소리, 즉 극 내부에 존재하는 음향을 말합니다. 피터 퀼이 카세트를 틀면 그 음악은 그와 저 모두가 동시에 듣는 것이 되고, 그래서 감정이 훨씬 직접적으로 전달됩니다.
이 영화에서 가족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핵심 구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에고(Ego): 혈연으로 연결된 친아버지이지만,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존재
- 욘두: 혈연 없이 수십 년을 곁에 있었던 양아버지, 끝까지 피터를 지킨 인물
- 가모라와 네뷸라: 서로를 미워했지만 같은 상처를 공유한 자매
이 구도가 명확해지는 순간, 영화는 우주 액션이 아니라 가족의 의미에 대한 이야기로 완전히 전환됩니다.
욘두 서사가 만들어낸 감정의 무게
이 영화에서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캐릭터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욘두를 말할겁니다. 마이클 루커가 연기한 욘두는 전편에서는 다소 탐욕스럽고 거친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피터에게 왜 그렇게 행동해 왔는지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커트 러셀이 연기한 에고는 초반부에 이상적인 아버지처럼 보입니다. 피터 퀼에게 자신의 기원을 설명하는 장면에서 에고는 셀레스티얼(Celestial)이라는 존재로 소개됩니다. 셀레스티얼이란 마블 코믹스에 등장하는 우주적 존재로, 행성 수준의 에너지와 의식을 가진 고차원 생명체를 의미합니다. 에고는 그 자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행성이며, 이 설정은 1966년 스탠 리와 잭 커비가 원작 코믹스에서 만든 개념을 기반으로 합니다. 영화에서는 여기에 피터 퀼의 친아버지라는 관계를 덧붙였고, 이 각색이 감정선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제가 두 번째로 이 영화를 봤을 때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은 욘두의 말투였습니다. 거칠고 무뚝뚝해 보이지만, 피터를 다루는 방식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잡아먹겠다는 협박도 실은 보호를 위한 위장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첫 편에서의 장면들이 완전히 다르게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가모라와 네뷸라의 관계도 이 영화에서 크게 확장됩니다. 단순히 적대적인 자매처럼 보였던 두 사람이 사실은 같은 피해를 공유한 생존자였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네뷸라의 몸이 타노스에 의해 반복적으로 개조된 이유가 가모라를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는 설정은, 그녀를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복잡한 트라우마를 가진 인물로 만듭니다. 이런 캐릭터 빌딩(Character Building), 즉 인물의 내면과 배경을 층층이 쌓아 올리는 방식이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례식 장면은 솔직히 두 번째 관람 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라바저들이 욘두를 위해 우주에 불꽃을 쏘아 올리는 그 장면은, MCU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장면이라고 저는 지금도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남긴 질문,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드셨던 분 계시지 않으신가요? "나를 낳아 준 사람과 나를 지켜 준 사람 중에 누가 더 가족일까?" 저는 이 영화를 본 뒤 꽤 오래 그 질문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가족의 형태와 의미는 사회적으로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혈연 중심의 전통적 가족 개념이 흔들리면서, 선택적 가족(Chosen Family)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선택적 가족이란 혈연이나 법적 관계 없이 서로를 가족으로 여기며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도 1인 가구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가족의 정의 자체가 넓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기준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전체의 약 34.5%에 달하며, 이는 2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입니다(출처: 통계청).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이 선택적 가족의 이야기를 우주 배경으로 풀어낸 셈입니다. 혈연인 에고는 결국 피터를 도구로 삼았고, 혈연이 아닌 욘두는 자신의 목숨으로 피터를 선택했습니다. 이 대비가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개그 장면이 감정선의 흐름을 끊는 순간이 몇 번 있었고, 에고와의 후반부 전투는 시각적으로는 화려했지만 긴장감이 다소 약하게 느껴졌습니다. 드랙스와 맨티스의 조합은 웃음을 주지만 일부 장면에서는 조금 과하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영화 전반에 걸친 유머 밀도는 전편보다 높은데, 이게 호불호를 가르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영화 평론 매체들의 집계에서도 전편 대비 스토리 집중도를 아쉬워하는 평가가 적지 않았습니다(출처: Rotten Tomatoes).
시간이 지날수록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베이비 그루트의 춤이 아니라, 욘두가 피터에게 헬멧을 씌워 주던 그 마지막 순간입니다. 그게 이 영화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 겁니다.
결국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는 두 번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웃음으로, 두 번째에는 욘두로 보게 됩니다. 순서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두 번째 감상이 훨씬 오래 남는다는 건 제 경험상 분명합니다. 마블 영화 중에서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지금 다시 틀어보셔도 충분히 값어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 통계청 1인 가구 현황 (https://kostat.go.kr)
- Rotten Tomatoes, Guardians of the Galaxy Vol. 2 (https://www.rottentomatoes.com/m/guardians_of_the_galaxy_vol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