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친구한테 "이 시리즈는 진짜 믿고 보는 맛이 있다"고 했습니다. 범죄도시4는 새로운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보는 내내 집중하게 됐고, 끝나고 나서야 그 이유를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속도감, 마석도 캐릭터, 빌런 구성을 중심으로 제가 실제로 느낀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속도감은 확실한데, 그게 전부일까일반적으로 범죄도시 시리즈는 "쉬지 않고 달리는 액션 영화"라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부족한 표현입니다.범죄도시4는 시작부터 사건이 터지고, 추격이 이어지고, 충돌이 반복되는 구조로 전개됩니다. 이런 방식을 영화 용어로 내러티브 모멘텀(narrative momentum)이라고 합니다. 내러티브 모멘텀이란 이야기가 멈추지 않고 관객을..
소주 한 잔 뒤에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기업 경쟁이나 산업 싸움 정도를 예상하고 들어갔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 꽤 오래 자리를 못 뜰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는 술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사람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소주라는 소재가 품고 있는 것저도 처음엔 제목만 보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소주라는 단어가 워낙 일상적이라서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소재 선택 자체가 이미 이 영화의 핵심을 담고 있었습니다. 소주는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주류가 아닙니다. 회식 자리에도, 친구와의 밤에도, 혼자 보내는 새벽에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술입니다. 이 영화는 그 익숙함을 바탕으로, 주류 산업의 공급망(Supply Chain) 구조를 자연스럽게 풀어냅니다. 여기서 공..
제목에 '악마'가 들어가지만 포스터가 웃겨서 코미디-공포 영화라고 단단히 각오했는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든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묘한 잔열이었습니다. 무섭기보다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귀여운 악마가 이사왔다저도 처음엔 선지라는 캐릭터를 그냥 위험하고 수상한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악마에 빙의했다는 설정이 워낙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판타지 장르물이라고 생각하며 꽤 가볍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판단이 조금씩 흔들렸습니다.이 영화는 심리적 리얼리즘(Psychological Realism)이라는 서사 기법을 활용합니다. 여기서 심리적 리얼리즘이란 초자연적인 사건을 외부 현상으로 직접 설명하는 대신, 인물의 내면 상태와 심리 변화를 통해 사건을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