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가 없었다"는 말, 살면서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꺼낸 적 있지 않으십니까. 저도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그 말이 그냥 포기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관을 나오는 순간, 그 단어의 무게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답이 없는 상황에 몰린 사람이 내리는 선택을 이 영화는 끝까지 정면으로 들여다봅니다.절박한 선택이 만들어지는 구조영화를 보면서 제가 내내 불편했던 이유가 있습니다. 만수라는 인물의 선택이 잘못됐다는 걸 알면서도, 그 상황에서 다른 길이 정말 있었을까 싶은 생각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행동의 강도가 아닌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게 단순한 감정 이입이 아니라, 인간이 극단적인 압박 앞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과 맞닿아 있어서 더 불편했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
저는 예고편만 보고 가볍게 웃을 수 있는 청춘 코미디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화관을 나오면서 한참 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퍼스트 라이드는 그런 영화입니다. 웃음 뒤에 슬픔이 조용히 쌓여 있고, 설명 없이도 감정이 전달되는 작품이었습니다.예고편이 숨긴 것들, 실제로 보니 달랐다예고편에서는 밝고 유쾌한 장면 위주로 편집돼 있어서, 저는 당연히 가벼운 성장 코미디 정도로 분류해두었습니다. 영화에서 예고편 편집 방식을 하이라이트 몽타주(Highlight Montage)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하이라이트 몽타주란 관객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기 위해 감정적으로 자극적인 장면만 골라 짧게 연결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흥행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지만, 그만큼 실제 작품의 분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
뮤지컬 원작을 두 편의 영화로 나눈 작품 중 두 번째, 위키드: 포 굿이 개봉했습니다. 1편을 보고 결국 뮤지컬 공연까지 찾아봤을 정도였으니, 저로서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이 이야기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를 확인하러 가는 자리였습니다. 보고 나오면서 "재밌었다"는 말이 제일 먼저 나올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감정선이 깊어진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뮤지컬 영화에서 감정선(emotional arc)이라는 표현을 자주 씁니다. 여기서 감정선이란 캐릭터가 이야기 전반에 걸쳐 경험하는 내면 변화의 흐름을 말합니다. 단순히 슬프거나 기쁜 장면의 연속이 아니라, 그 감정이 쌓이고 충돌하며 어떻게 결론으로 이어지는지를 가리키는 개념입니다.이 영화의 감정선이 전작보다 깊다고 느낀 건, 제..
저는 뮤지컬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런데도 위키드라는 뮤지컬이 있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이 영화의 내용도 전혀 몰랐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관람 후, 그 어떤 뮤지컬보다 관심가는 스토리가 되었습니다.뮤지컬 영화의 감정선제가 직접 봐보니, 위키드는 뮤지컬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뮤지컬 영화의 핵심 문법은 이른바 다이제시스(diegesis) 방식의 음악 연출에 있습니다. 여기서 다이제시스란 극 중 인물이 음악의 존재를 인식하며 직접 노래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배우가 배경음악에 맞춰 춤추는 게 아니라, 감정이 극에 달하는 순간 그 감정 자체가 노래가 되는 구조입니다. 처음엔 이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한 두 장면 지나고 나면 오히려 대..
2025년 12월 19일, 영화관에서 《아바타: 불과 재》를 봤습니다. 아바타 시리즈라고 하면 푸른빛의 바다와 신비로운 판도라의 풍경부터 떠올랐는데, 이번 작품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둡고 강렬했습니다. 아름다운 장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뒤 가장 먼저 떠오른 감정은 '예쁘다'보다는 '무섭다'에 가까웠습니다.이번에는 판도라의 분위기가 달랐다1편과 2편을 봤을 때는 판도라라는 세계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히 컸습니다. 푸른색과 초록색이 가득한 풍경, 처음 보는 생명체와 자연환경을 보고 있으면 마치 다른 행성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같은 판도라인데도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 보였습니다.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색감이었습니다. 이전 작품에서 익숙했..
2022년 12월 14일, 영화관에서 《아바타: 물의 길》을 IMAX로 봤습니다. 전작 《아바타》를 극장에서 봤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작품도 자연스럽게 극장에서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1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난 뒤 다시 판도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기대됐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고 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역시 화면이었습니다. 전작에서 보았던 판도라의 숲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바다와 생명체들이 등장했고, 물속에서 펼쳐지는 장면은 극장에서 봤을 때 더욱 크게 다가왔습니다.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가 만들어낸 세계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가 상당한 작품이었습니다.13년 만에 다시 만난 판도라《아바타: 물의 길》은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 후속작입니다. 전작에서 인간과 나비족의 갈등을 겪었던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