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 영화를 정말 못 보는 사람이 오컬트 영화관을 찾아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제가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2025년 5월 3일, 거룩한 밤: 데몬헌터스를 영화관에서 직접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예상보다는 훨씬 볼 만했습니다. 그리고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얼굴은 마동석이 아니었습니다.오컬트 설정과 미장센, 이 영화는 어디까지 진지한가제가 이 영화를 보러 간 이유 중 하나는 "오컬트에 액션이 섞이면 덜 무섭지 않을까"라는 계산 때문이었습니다. 깜짝 놀라는 점프 스케어, 그러니까 화면이 갑자기 튀어나오며 관객을 놀라게 하는 연출 기법이 싫어서 공포물을 잘 못 보는 편인데, 이 영화는 그런 방식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대신 분위기로 조여드는 방식, 즉 서스펜스(suspense) 중심으로 ..
한국 히어로 영화 장르의 흥행 성적은 아직까지 외국 작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얇은 편입니다. 그 얇은 계보 안에 2025년 5월 개봉한 '하이파이브'가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는 개봉일에 바로 영화관을 찾았는데, 단순한 코미디 액션인 줄 알았지만 사람 사이의 관계 이야기로 끝난 영화였기에 더 만족스러운 영화로 느껴졌습니다.초능력 설정이 현실적으로 느껴진 이유히어로 영화에서 초능력 설정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기란 쉽지 않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 수십 명의 슈퍼히어로가 이미 등장했고, 국내에서도 '전우치' 같은 도술 기반 캐릭터가 있었으니까요. 그런 선례들과 비교했을 때 '하이파이브'의 설정이 꽤 독특하게 느껴졌습니다.이 영화는 장기 이식(organ transplant), 즉 초능력을 가진..
소주 한 잔 뒤에 이렇게 복잡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 기업 경쟁이나 산업 싸움 정도를 예상하고 들어갔다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 꽤 오래 자리를 못 뜰 정도였습니다. 이 영화는 술 이야기가 아니라, 결국 사람과 선택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소주라는 소재가 품고 있는 것저도 처음엔 제목만 보고 가볍게 넘겼습니다. 소주라는 단어가 워낙 일상적이라서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니, 이 소재 선택 자체가 이미 이 영화의 핵심을 담고 있었습니다. 소주는 우리나라에서 단순한 주류가 아닙니다. 회식 자리에도, 친구와의 밤에도, 혼자 보내는 새벽에도 항상 그 자리에 있는 술입니다. 이 영화는 그 익숙함을 바탕으로, 주류 산업의 공급망(Supply Chain) 구조를 자연스럽게 풀어냅니다. 여기서 공..
좀비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저도 개봉 당일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원작 웹툰이 생각보다 너무 재밌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오니까 예상했던 것보다 더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좀비보다 가족이 더 강하게 남는 영화, 좀비딸 이야기입니다.장르혼합이 만들어낸 낯선 설득력좀비딸은 장르 혼합(genre hybrid) 작품입니다. 장르 혼합이란 공포, 코미디, 드라마처럼 서로 다른 장르의 문법을 한 작품 안에 동시에 담아내는 방식을 말합니다. 자칫 하면 어느 장르도 제대로 못 건드리는 산만한 결과물이 나오기 쉬운데, 이 영화는 그 균형을 꽤 안정적으로 잡아냅니다.제가 직접 관람해보니, 웃긴 장면에서 실제로 웃고 있다가 다음 컷에서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는 경험을 했습니다. 할머니와 수아의 관계나 ..
솔직히 말하면, 저는 이 영화를 볼 생각이 별로 없었습니다. 개봉 초반 리뷰들이 썩 좋지 않았고, 원작 소설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오히려 기대가 독이 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영화관에서 보고 나니 생각보다 훨씬 몰입했습니다. 아쉬움도 분명 있었지만, "이야기를 알고 있는 주인공"이라는 설정만큼은 영화에서도 꽤 살아있었습니다.메타서사, 이걸 영화로 옮길 수 있을까혹시 "내가 이미 결말을 아는 이야기 속에 들어간다면 어떨까" 상상해본 적 있으신가요? 전지적 독자 시점이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하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 구조는 메타서사(meta-narrative)입니다. 메타서사란 이야기가 스스로를 인식하거나, 인물이 자신이 서사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구조를 말합니다. 단순히 "미래를..
제목에 '악마'가 들어가지만 포스터가 웃겨서 코미디-공포 영화라고 단단히 각오했는데, 영화관을 나오면서 든 감정은 두려움이 아니라 묘한 잔열이었습니다. 무섭기보다는, 오래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귀여운 악마가 이사왔다저도 처음엔 선지라는 캐릭터를 그냥 위험하고 수상한 존재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악마에 빙의했다는 설정이 워낙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판타지 장르물이라고 생각하며 꽤 가볍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판단이 조금씩 흔들렸습니다.이 영화는 심리적 리얼리즘(Psychological Realism)이라는 서사 기법을 활용합니다. 여기서 심리적 리얼리즘이란 초자연적인 사건을 외부 현상으로 직접 설명하는 대신, 인물의 내면 상태와 심리 변화를 통해 사건을 해석하도록 유도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