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영화의 스토리를 잘 모르는 채로 영화를 보러 가는 편인데, 이 영화는 제목만 보고 골랐던지라 그냥 인간이 늑대를 잡는다거나, 늑대가 어떤 변종이 되어 난리치는 정도의 스토리인줄 알았습니다.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꽤 오랫동안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잔인하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고, 장르도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장르혼합: "같은 영화 맞나?" 싶었던 순간영화 초반은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처럼 흘러갑니다. 인터폴이 필리핀에서 국제 범죄자들을 한국으로 이송하는 화물선을 무대로, 경찰 특공대와 흉악범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이 초반부는 꽤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밀폐된 선박 안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범죄자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대립 ..
잔인한 영화를 보러 갔다가 웃음이 터지면 실패한 연출일까요, 아니면 성공한 설계일까요? 저는 친구들과 별 기대 없이 핸섬가이즈를 틀었다가 이 질문을 영화가 끝나고 나서야 떠올렸습니다. 잔인한 장면 앞에서 비명 대신 폭소가 나오는 경험, 생각보다 꽤 낯설고 묘한 기분이었습니다.슬래셔 문법을 거꾸로 읽는 설계슬래셔(Slasher) 장르란 외딴 공간, 정체불명의 위협, 무방비 상태의 피해자가 결합되는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입니다. 쉽게 말해 외딴 산장에 놀러 간 젊은이들이 차례로 희생되는 구조가 전형적인 슬래셔 공식입니다. 핸섬가이즈는 이 공식의 재료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공식의 순서만 뒤집었습니다. 외딴 집, 수상하게 생긴 중년 남자들, 술 마시며 돌아다니는 대학생 무리까지 모든 클리셰(Cliché)가 등장합..
비행기를 탈 때 유독 승무원 얼굴을 보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기체가 흔들리거나 기압이 달라질 때, 정작 불안한 건 승객인데 그쪽을 바라보는 건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대만에 가는 비행기에서 꽤 심한 난기류를 겪었을 때, 흔들리는 기체 속에서 승무원들이 끝까지 표정을 유지하려는 모습이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영화 '하이재킹'을 보는 내내 단순한 스릴러가 아니라 뭔가 더 현실적인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실화 기반이 만들어내는 현실적 긴장감과 심리묘사'하이재킹'은 1971년 실제 발생한 대한항공 납치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입니다. 창작된 설정이 아니라 역사적 실재(historical fact)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 영화를 보는 내내 다르게 작용했습니다. 여기서 역사적 실재를..
저는 범죄도시3를 보러 가면서 기대치를 좀 낮춰 갔습니다. 1편과 2편이 워낙 강렬했기 때문에, 세 번째는 어딘가 힘이 빠질 것 같다는 예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보고 나서 친구와 집에 걸어오면서 나눈 첫 마디가 "이번엔 진짜 그냥 편하게 보기 좋았다"였습니다. 예감은 반쯤 맞고, 반쯤 틀렸던 셈입니다.직선적 서사 구조가 만든 속도감, 그 이면제가 직접 영화관에서 느낀 건, 이번 범죄도시3의 내러티브 구조(narrative structure)가 전작들보다 훨씬 단순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여기서 내러티브 구조란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 즉 사건들이 어떤 인과관계와 순서로 배열되는지를 의미합니다. 1편이 뒷골목 로컬 범죄 조직의 생태계를 촘촘하게 묘사했다면, 이번 작품은 해외를 배경으로 한 범죄 조직 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댓글 조작이라는 게 저와는 꽤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뉴스에서 가끔 보이는 이슈 정도로만 여겼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제가 매일 보던 인터넷 공간이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찝찝함이 며칠 동안 가시질 않았고, 그래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온라인 여론 조작, 생각보다 가까운 이야기였습니다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온라인 여론 조작(Astroturfing)을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여기서 Astroturfing이란 마치 자발적인 대중의 반응처럼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여론 공작을 의미합니다. 풀뿌리 운동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세력이 기획하고 실행하는 거죠.저는 이게 영화 속 과장된 설정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실..
뭔가 시작해보고 싶은데, 잘 안 될까봐 손도 못 대고 있는 경험, 한 번쯤 있지 않으신가요. 저도 그런 쪽이었는데, 2024년 8월에 영화관에서 빅토리를 보고 나서 그 기분이 좀 달라졌습니다. 거창한 감동은 없었는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 영화였습니다.도전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건네는 이야기뭔가 해보고 싶은데 시작을 못 하겠는 분들, 이 영화가 꽤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옵니다. 빅토리는 청춘 서사 영화입니다. 여기서 청춘 서사란, 단순히 젊은 시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아니라 자아 형성기의 불안과 선택, 실패를 다루는 내러티브 구조를 의미합니다. 주인공들은 목표가 있지만 확신이 없고, 움직이지만 방향이 맞는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그 애매함이 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저는 원래 새로운 일에 쉽게 뛰어드는 성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