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조직의 뒷일을 맡아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 범죄 스릴러라고 하기엔 총소리 하나 없고, 드라마라고 하기엔 대사가 지나치게 적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저도 분명히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기대했습니다. 그 예상이 얼마나 보기 좋게 빗나갔는지, 본 사람은 압니다.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다일반적으로 범죄 영화라고 하면 빠른 컷 편집, 긴박한 배경음악, 사건 중심의 서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여기서 컷 편집이란 장면과 장면을 짧게 잘라 빠르게 이어 붙이는 편집 기법으로, 관객의 심장 박동을 끌어올리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소리도 없이는 이 장르 문법(genre grammar)을 처음부터 거부합니다. 장르 문법이란 특정 장르가 오랜 시간 쌓아온 관습적인 서사 구조와 연출 방식을..
억울한 일이 생겼을 때, 영화라도 보고 싶어지지 않으십니까? 회사에서 도무지 말이 안 통하는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이던 시기에 저는 '베테랑'을 다시 꺼내 봤습니다. 처음 봤을 때는 그냥 시원한 액션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그 상황에서 다시 보니 느낌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현실에서 답답하게 막혀 있는 무언가를 대신 해결해 주는 영화였습니다.재벌 캐릭터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베테랑'의 핵심 갈등 구조는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즉 두 인물이 충돌하면서 각자의 본질이 드러나는 서사 방식에 기반합니다. 캐릭터 아크란 한 인물이 이야기 안에서 어떻게 변화하거나 본성을 드러내는지를 보여주는 서사적 흐름을 말합니다. 이 영화에서는 재벌 3세와 형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