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뻔한 경찰 수사물이겠거니 싶어서 큰 기대 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는데, 영화가 끝나고도 한동안 '정의를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단순히 재미있었다는 게 아니라, 뭔가 불편한 감정이 남았습니다. 그 불편함이 오히려 이 영화를 계속 생각하게 만들었고요.일본 원작 소설이 한국 스크린으로 오기까지경관의 피는 일본 작가 사사키 조의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작품입니다. 원작은 일본에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은 경찰 소설로, 장르 문학에서 '경찰 절차물(Police Procedural)'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분류됩니다. 경찰 절차물이란 수사 과정과 조직 내부의 현실을 중심에 두고 서사를 구성하는 장르로, 단순한 범인 추적보다 시스템의 모순..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는 소식에 무슨 영화인지 찾지도 않고 봤던 영화, 언차티드. 낯익은 이름이지만 내가 모르는 뜻의 영어단어일 것으로만 추측했을 뿐이었습니다. 근데 알고 보니 원작이 있는 영화였고, 그것은 제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 소설, 만화도 아닌 바로 게임이었습니다.게임원작 영화에 대한 편견, 실제로 맞았을까일반적으로 게임 원작 영화는 원작 팬과 일반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편견을 그대로 갖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언차티드 게임을 한 번도 플레이해본 적이 없는데도, 영화 초반 10분 안에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습니다.게임 원작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관 전달 방식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월드..
솔직히 저는 공포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영화는 어차피 밤에 혼자 누웠을 때 떠오를 게 뻔하다는 걸 알거든요. 그런데 군체는 소재가 달랐습니다. 군집 생물이 만들어내는 집단 공포라는 설정이 단순한 공포 영화와는 다른, 좀비물 같은 스릴러 영화의 결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집단공포, 왜 인간은 군집 생물을 무서워하는가어릴 때부터 벌떼나 개미 군집처럼 수많은 개체가 한 방향으로 몰려 움직이는 장면을 보면 이상하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당시엔 그게 그냥 개인적인 취향인 줄 알았는데, 영화 군체를 보고 나서야 이게 꽤 보편적인 반응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반응을 트리포비아(Trypophobia)나 집단 공포 반응과 연결 짓기도 합니다. 트리포비아란 구멍이나 군집 패턴..
원작만큼 속편도 재미있었던 영화. 1편이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 망설이지 않고 예매했던 영화였는데, 후회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공조2 인터내셔날은 2017년 공조의 후속작으로, 남북 형사 콤비에 FBI 요원까지 더해진 국제 공조 수사물입니다. 전편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 때문에 큰 기대 없이 틀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국제 공조 스케일로 확장된 세계관공조2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이야기의 규모였습니다. 전편이 남북 공조라는 설정 자체의 신선함에 기댔다면, 이번 작품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액션 블록버스터의 문법을 따릅니다. 여기서 블록버스터란 대규모 제작비와 화려한 스펙터클을 앞세워 폭넓은 관객층을 공략하는 상업 영화 장르를 뜻합니다. 북한 형사 림철령,..
남북 형사가 함께 수사한다는 설정, 솔직히 처음엔 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설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보다보니 생각보다 훨씬 빠져들었습니다. 현빈과 유해진이 만들어내는 호흡이 생각 이상으로 자연스러웠고,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풀어낸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남북설정이 만들어낸 독특한 긴장감남북 소재 영화라고 하면 묵직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먼저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실제로 국내 남북 소재 상업영화들은 대부분 정치적 갈등이나 이념 충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공조는 조금 다른 방향을 택했습니다.공조는 버디 무비(Buddy Movie) 장르의 공식을 그대로 가져옵니다. 버디 무비란 성격이나 가치관이 정반대인 두 인물이 한 팀을 이뤄 목표를 달성하는 서사..
저는 영화의 스토리를 잘 모르는 채로 영화를 보러 가는 편인데, 이 영화는 제목만 보고 골랐던지라 그냥 인간이 늑대를 잡는다거나, 늑대가 어떤 변종이 되어 난리치는 정도의 스토리인줄 알았습니다.하지만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꽤 오랫동안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잔인하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고, 장르도 예상과 전혀 달랐습니다.장르혼합: "같은 영화 맞나?" 싶었던 순간영화 초반은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처럼 흘러갑니다. 인터폴이 필리핀에서 국제 범죄자들을 한국으로 이송하는 화물선을 무대로, 경찰 특공대와 흉악범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이어집니다. 제가 직접 봤는데, 이 초반부는 꽤 몰입도가 높았습니다. 밀폐된 선박 안에서 탈출을 시도하는 범죄자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대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