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조직의 뒷일을 맡아 살아가는 두 남자의 이야기. 범죄 스릴러라고 하기엔 총소리 하나 없고, 드라마라고 하기엔 대사가 지나치게 적습니다. 처음 이 영화를 접했을 때 저도 분명히 긴장감 넘치는 추격전을 기대했습니다. 그 예상이 얼마나 보기 좋게 빗나갔는지, 본 사람은 압니다.범죄 스릴러라는 장르 문법을 정면으로 거스르다일반적으로 범죄 영화라고 하면 빠른 컷 편집, 긴박한 배경음악, 사건 중심의 서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여기서 컷 편집이란 장면과 장면을 짧게 잘라 빠르게 이어 붙이는 편집 기법으로, 관객의 심장 박동을 끌어올리는 데 주로 사용됩니다. 소리도 없이는 이 장르 문법(genre grammar)을 처음부터 거부합니다. 장르 문법이란 특정 장르가 오랜 시간 쌓아온 관습적인 서사 구조와 연출 방식을..
스핀오프라는 단어를 들으면 왠지 본편보다 한 수 아래일 거라는 선입견이 먼저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존 윅 시리즈를 워낙 좋아했던 터라 오히려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극장에서 직접 겪어보니 그 선입견이 반쯤은 맞고 반쯤은 틀렸습니다. 발레리나는 본편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 주인공을 통해 꽤 신선한 경험을 선사하는 작품이었습니다.복수극이라는 익숙한 뼈대, 이브만의 감정선존 윅 시리즈는 사랑하는 존재를 잃은 남자의 복수에서 출발합니다. 발레리나도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 가족을 잃은 이브 마카로가 그 원한을 갚기 위해 성장해 가는 이야기입니다. 얼핏 보면 전형적인 복수 서사처럼 들리지만, 제가 직접 스크린에서 확인한 이브는 처음..
저는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엘비스 프레슬리를 거의 이름만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냥 옛날 가수, 정도로만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느 주말 저녁, 별생각 없이 봤던 영화 한 편이 끝나고 나서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화려한 무대보다 지쳐가는 한 인간의 뒷모습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기 때문입니다.오스틴 버틀러가 만든 엘비스, 그냥 흉내가 아니었습니다영화를 보기 전에 오스틴 버틀러라는 배우를 잘 몰랐습니다. 제가 직접 보고 나서야 왜 이 배우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는지 이해했습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실물 사진과 영상을 보니 이 배우는 외형을 따라하는 수준이 아니라, 그 사람의 에너지 자체를 무대 위에서 재현해냈다는 느낌이었습니다.영화에서 오스틴 버틀러가 구현한 핵심은 엘비스 특유의..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다는 소식에 무슨 영화인지 찾지도 않고 봤던 영화, 언차티드. 낯익은 이름이지만 내가 모르는 뜻의 영어단어일 것으로만 추측했을 뿐이었습니다. 근데 알고 보니 원작이 있는 영화였고, 그것은 제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 소설, 만화도 아닌 바로 게임이었습니다.게임원작 영화에 대한 편견, 실제로 맞았을까일반적으로 게임 원작 영화는 원작 팬과 일반 관객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그 편견을 그대로 갖고 극장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저는 언차티드 게임을 한 번도 플레이해본 적이 없는데도, 영화 초반 10분 안에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려 들어갔습니다.게임 원작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관 전달 방식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월드..
솔직히 저는 공포영화를 잘 보지 않는 편입니다. 귀신이나 괴물이 나오는 영화는 어차피 밤에 혼자 누웠을 때 떠오를 게 뻔하다는 걸 알거든요. 그런데 군체는 소재가 달랐습니다. 군집 생물이 만들어내는 집단 공포라는 설정이 단순한 공포 영화와는 다른, 좀비물 같은 스릴러 영화의 결일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집단공포, 왜 인간은 군집 생물을 무서워하는가어릴 때부터 벌떼나 개미 군집처럼 수많은 개체가 한 방향으로 몰려 움직이는 장면을 보면 이상하게 소름이 돋았습니다. 당시엔 그게 그냥 개인적인 취향인 줄 알았는데, 영화 군체를 보고 나서야 이게 꽤 보편적인 반응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심리학에서는 이런 반응을 트리포비아(Trypophobia)나 집단 공포 반응과 연결 짓기도 합니다. 트리포비아란 구멍이나 군집 패턴..
원작만큼 속편도 재미있었던 영화. 1편이 재밌었던 기억이 있어 망설이지 않고 예매했던 영화였는데, 후회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공조2 인터내셔날은 2017년 공조의 후속작으로, 남북 형사 콤비에 FBI 요원까지 더해진 국제 공조 수사물입니다. 전편을 재미있게 봤던 기억 때문에 큰 기대 없이 틀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유쾌하고 시원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국제 공조 스케일로 확장된 세계관공조2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이야기의 규모였습니다. 전편이 남북 공조라는 설정 자체의 신선함에 기댔다면, 이번 작품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글로벌 액션 블록버스터의 문법을 따릅니다. 여기서 블록버스터란 대규모 제작비와 화려한 스펙터클을 앞세워 폭넓은 관객층을 공략하는 상업 영화 장르를 뜻합니다. 북한 형사 림철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