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저는 영화관에 가기 전까지만 해도 이번에도 편하게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앤트맨 시리즈가 원래 그런 영화였으니까요. 그런데 화면이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MCU 페이즈5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답게, 퀀텀매니아는 기존 시리즈의 유쾌함 대신 거대한 우주 전쟁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양자세계, 상상 이상의 공간이었습니다이번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은 건 단연 양자세계(Quantum Realm)의 비주얼이었습니다. 양자세계란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 통하지 않는 극미시 차원의 공간으로, 쉽게 말해 원자보다 작은 세계 안에 또 다른 우주가 펼쳐져 있다는 개념입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처음 양자세계가 화면을 가득 채우던 순간, 예상과 전혀 다른..
채드윅 보스만이 2020년 8월 세상을 떠난 뒤, 마블은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새로운 배우로 티찰라를 교체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갈 것인지. 저는 개봉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 작품이 어느 쪽 선택을 했든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그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채드윅 보스만의 빈자리, 영화가 다룬 방식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즉 마블이 영화와 드라마를 하나의 연결된 세계관으로 구성한 방식에서 블랙 팬서는 처음부터 독특한 위치를 차지했습니다. 2018년 개봉한 전작은 전 세계 누적 박스오피스 약 13억 4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출처: Box Office Mojo). 이 수치는..
강한 히어로 영화일수록 빌런이 매력적이어야 한다는 말,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 기준으로 보면 토르: 러브 앤 썬더는 묘하게 아까운 영화입니다. 저는 처음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을 때, 예상보다 훨씬 밝은 분위기에 잠깐 당황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 뒤에도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건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고르라는 빌런의 눈빛이었습니다.고르 더 갓 버처, MCU 빌런의 가능성과 한계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고르 더 갓 버처(Gorr the God Butcher)는 MCU 역대 빌런 중에서도 독보적인 설정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단순히 세계를 멸망시키려는 악당이 아니라, 신을 믿었다가 배신당한 인간의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의 딸을 잃고 신에게 기도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받지 못합니다. 그..
마블 영화를 극장에서 볼 때마다 느끼는 게 있습니다. 유머 한 줄에 웃고, 액션 장면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그 익숙한 리듬 말입니다. 그런데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처음부터 그 리듬이 달랐습니다. 제가 직접 극장에서 봤을 때 느낀 건, "이거 마블 맞나?"였습니다. 어두운 화면, 기묘하게 뒤틀리는 공간, 어딘가 불안한 음악. 그날 저는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영화를 보고 나왔습니다.멀티버스, 무한한 가능성이자 양날의 검이번 시리즈의 핵심은 멀티버스(Multiverse)입니다. 멀티버스란 우리가 사는 우주 하나가 전부가 아니라, 서로 다른 선택과 결과로 이루어진 무수한 평행 세계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개념입니다. 마블 코믹스에서는 오래전부터 써온 설정이었고, MCU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마블 영화를 챙겨보는 편인데, 이터널스는 처음 보는 내내 뭔가 낯선 감각이 계속 들었습니다. 빠른 농담도 없고, 익숙한 어벤저스 멤버도 없고. 그런데 끝나고 나서 오히려 오래 머릿속에 남더라고요. 기존 MCU와 다른 길을 선택한 이 영화, 정말 실패작일까요? 저는 조금 다르게 봤습니다.MCU 세계관이 꺼낸 가장 오래된 신화이터널스의 원작은 전설적인 만화가 잭 커비가 1976년에 창작한 코믹스입니다. 잭 커비는 판타스틱 포, 캡틴 아메리카 등을 공동 창작한 인물로, 코믹스 역사에서 독창적인 우주 신화적 세계관을 구축한 작가로 평가받습니다. 이터널스는 그중에서도 가장 스케일이 크고 철학적인 작품에 해당합니다.영화 속 이터널스는 셀레스티얼(Celestial)이라는 존재의 명령을 받아 지구에 파견된 종족입니다...
솔직히 저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보기 전까지 "마블 영화는 다 비슷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주적 스케일, 화려한 CG, 세계 멸망 위기. 그 공식이 반복될 거라 예상했는데, 막상 영화가 시작되고 나서 처음 든 생각은 "이건 내가 알던 마블이 아니다"였습니다. 액션보다 가족 이야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고, 빌런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웬우라는 빌런이 남긴 것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가장 예상 밖이었던 부분은 웬우라는 캐릭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마블 빌런은 세계 정복이나 파괴를 목표로 삼는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웬우는 달랐습니다. 그는 잃어버린 아내를 되찾기 위해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아버지였습니다. 악의가 아니라 상실에서 비롯된 인물이라는 점이, 저한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양조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