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서 본 이터널스는 익숙한 마블 영화와 달라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여러 캐릭터와 이카리스의 선택을 따라가며 오히려 오래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익숙하지 않았던 마블 영화
마블 영화를 계속 챙겨보던 입장에서 이터널스는 시작부터 조금 낯설었습니다. 보통 MCU 영화를 보면 익숙한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빠른 농담이 나오면서 분위기를 잡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그런 느낌이 거의 없었습니다. 어벤져스에서 봤던 히어로들도 나오지 않고, 처음 보는 인물들이 한꺼번에 등장합니다. 영화관에서 보고 있으면서도 “이번 마블 영화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을 계속 했습니다.
게다가 이터널스라는 사람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에 존재했다는 설정까지 나오면서 이야기가 상당히 크게 느껴졌습니다. 고대의 모습과 현대의 모습이 계속 이어지다 보니 초반에는 인물 이름을 익히는 것만으로도 조금 바빴습니다. 한 명을 기억하려고 하면 다른 인물이 등장하고, 또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립니다. 마블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많은 새로운 캐릭터를 한꺼번에 외워야 했던 적이 있었나 싶었습니다.
그래도 신기했던 것은 영화가 끝난 뒤였습니다. 극장에서 나올 때는 “조금 길고 어렵다”는 생각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장면과 인물들의 선택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특히 이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인간을 지켜봤지만 인간의 역사에 직접 개입하지 않으려고 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평소에 보던 히어로라면 위험한 일이 생기면 당장 달려갈 것 같은데, 이들은 오랫동안 지켜보기만 했다는 점이 오히려 이상하면서도 궁금했습니다.
10명을 한꺼번에 알아가는 어려움
이터널스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캐릭터가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세르시, 이카리스, 킨고, 테나, 길가메시, 드루이그, 마카리, 파스토스, 스프라이트, 에이잭까지 여러 인물이 등장합니다. 각자 능력도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한 편의 영화에서 이들의 관계와 과거까지 함께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조금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세르시와 이카리스의 관계가 가장 눈에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이카리스가 전형적인 강한 히어로처럼 보였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단순한 영웅으로만 볼 수 없는 인물이었습니다. 자신이 믿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서 행동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후반부에 이카리스의 진짜 선택을 알게 되었을 때는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길가메시는 국내 관객이라면 특히 반가울 수밖에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마동석 배우가 맡았다는 사실 때문에 처음부터 눈길이 갔는데, 단순히 힘이 센 캐릭터로만 소비되지 않았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테나를 지키는 모습에서는 강한 모습과 전혀 다른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오히려 캐릭터가 많다 보니 길가메시처럼 성격이 분명한 인물이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반대로 모든 캐릭터에게 충분히 마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스프라이트나 드루이그처럼 흥미로운 설정을 가진 인물들도 있었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를 깊게 따라가기에는 영화 안에 담긴 이야기가 너무 많았습니다. 좋은 캐릭터가 많은 것과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것은 다른 문제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클로이 자오의 분위기는 색달랐다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 영화와 화면 분위기도 상당히 달랐습니다. 거대한 우주와 초능력이 등장하는 영화인데도 화면이 지나치게 화려한 느낌보다는 넓은 자연과 인물의 모습을 차분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마블 영화와 잘 어울리는지 조금 어색했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 오히려 이런 점이 이터널스만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활한 공간에 이터널스가 서 있는 장면이나 오랜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다른 마블 영화와 확실히 다른 느낌이 났습니다. 단순히 “얼마나 강한 히어로인가”를 보여주는 것보다 이들이 얼마나 오래 존재해왔는지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이었습니다.
감독이 클로이 자오라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저는 감독의 전작을 깊게 알고 영화를 본 것은 아니었지만, 이터널스를 보면서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와는 조금 다른 감성을 의도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습니다. 액션 장면만 빠르게 이어가는 대신 인물들이 서로 이야기하거나 과거를 떠올리는 시간이 꽤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는 잔잔하게 느껴질 수 있고, 저 역시 중간에는 조금 느리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데비안츠는 처음에는 꽤 위협적으로 보였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이들의 존재보다 이터널스 내부의 갈등이 더 중요해집니다. 처음에는 “저 괴물들을 어떻게 물리칠까?”를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이 사람들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이 방향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두 이야기가 모두 충분히 깊어지지는 못했다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오래 남는 이유
이터널스를 보고 나서 저는 이 영화를 단순히 재미있다, 재미없다고 말하기가 조금 어려웠습니다. 액션이 부족한 것도 아니고 세계관이 작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해서 이야기가 복잡해진 쪽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종족과 우주적 존재, 수천 년의 역사, 여러 인물의 관계,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까지 한꺼번에 들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오래 생각했던 것은 이카리스의 선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오랫동안 믿어온 자신의 역할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의 선택이 모두 이해되는 것은 아니지만, 영화를 보고 나서도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는 인상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또 이터널스가 재미있었던 이유는 히어로들이 항상 인간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작은 의문을 던졌다는 점입니다. 이들은 인간보다 훨씬 오래 살고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인간의 문제에 개입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다 자신들이 오랫동안 지켜온 세계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결국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이 기존의 마블 영화와 가장 달랐습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은 분명합니다.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몇몇 인물의 감정이 충분히 쌓이지 않았고, 이야기가 길게 느껴지는 구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작품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영화가 끝난 뒤 캐릭터들의 선택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터널스를 실패작이라고 단정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기존 MCU에서 기대했던 빠른 전개와 유머, 익숙한 히어로의 재미를 기대하면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느긋하게 새로운 인물들의 관계와 선택을 따라가면 다른 마블 영화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완성도가 아쉽지만 시도 자체는 기억에 남았던 영화에 가까웠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이터널스는 다른 마블 영화를 많이 봐야 하나요?
기존 MCU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만, 새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마블 세계관만 알고 있어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MCU 영화를 많이 본 사람이라면 세계관이 확장되는 느낌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터널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요?
개인적으로는 이카리스와 길가메시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카리스는 자신의 신념과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길가메시는 강한 힘과 따뜻한 성격이 함께 드러나는 캐릭터였습니다.
이터널스는 기존 마블 영화와 분위기가 다른가요?
확실히 다릅니다. 빠른 농담이나 익숙한 히어로 중심의 전개보다는 인물들의 관계와 오랜 시간에 걸친 이야기를 보여주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합니다. 그래서 기존 MCU 영화와 같은 속도감을 기대하면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터널스는 볼 만한 영화인가요?
화려한 액션과 빠른 전개의 마블 영화를 기대한다면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새로운 캐릭터와 조금 다른 분위기의 MCU 영화를 보고 싶다면 한 번쯤 볼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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