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7일 CGV에서 본 픽사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불과 물의 사랑 이야기인 줄 알았지만 가족과 세대 차이까지 생각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귀여운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다
엘리멘탈을 보기 전에는 불과 물이 주인공인 귀여운 애니메이션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원소들이 살아가는 도시라는 설정도 재미있어 보였고, 픽사 영화니까 가볍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극장에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2023년 7월 7일 CGV에서 영화를 보고 나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른 이야기가 들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엠버의 가족이었습니다. 불 원소인 가족이 자신들만의 가게를 운영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단순한 판타지 세계의 설정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낯선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힘들게 만든 가게를 지키고, 그 일을 자녀에게 이어주고 싶어 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오히려 익숙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엠버가 아버지의 기대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버지를 싫어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왜 엠버가 그렇게 화를 참는지 조금 답답하게 느꼈는데, 가족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분 때문에 엘리멘탈이 단순한 원소들의 이야기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부모와 자녀가 같은 가족 안에서도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불과 물이라는 설정을 빌렸지만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엠버와 웨이드는 정말 정반대였다
엠버와 웨이드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다른 성격이라 과연 둘이 잘 어울릴까 싶었습니다. 엠버는 화가 나도 참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쉽게 꺼내지 않습니다. 반면 웨이드는 자기 감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슬프면 슬프다고 하고, 감동하면 바로 눈물을 보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합니다.
처음에는 웨이드가 조금 과하게 느껴졌습니다. 현실에서 저렇게 감정을 전부 표현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라면 당황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엠버와 함께 있는 모습을 계속 보다 보니 오히려 둘이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엠버에게는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고, 웨이드는 그런 역할을 자연스럽게 해줬습니다.
특히 엠버가 자신의 마음을 조금씩 인정해가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웨이드가 엠버에게 무언가를 가르친다기보다, 엠버가 평소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바라보게 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반대로 웨이드 역시 엠버를 만나면서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지 않게 됩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한쪽으로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처럼 보여서 좋았습니다.
불과 물은 원래 가까이 있으면 문제가 생기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두 사람이 가까워지는 것 자체가 계속 불안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그 설정 덕분에 둘의 관계를 보면서 '서로 다르면 정말 함께할 수 없는 걸까?'라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단순한 연애 이야기로 보기에는 이런 부분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가게를 둘러싼 아버지와 딸의 마음
제가 엘리멘탈에서 가장 마음에 남았던 부분은 엠버와 아버지 버니의 관계였습니다. 버니는 딸이 자신이 만든 가게를 이어가길 바랍니다. 엠버도 그 기대를 알고 있기 때문에 가게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작 엠버에게는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따로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자녀가 안정적인 길을 가기를 바라고, 자녀는 부모님이 원하는 방향을 외면하기 어려워합니다. 특히 부모가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지금의 생활을 만들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말하는 것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엠버가 아버지와 부딪히는 장면을 보면서 어느 한쪽이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마음도 이해되고 엠버의 답답함도 이해됐습니다. 버니가 딸에게 가게를 물려주고 싶어 하는 것은 단순히 자신의 뜻을 강요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이 평생 지켜온 것을 딸에게 맡기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이 오히려 현실적인 가족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 사랑하지 않아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더 쉽게 상처를 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엘리멘탈은 그런 관계를 아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고 엠버의 행동과 가족의 모습을 통해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엠버가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도 단순히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해준 것을 인정하면서도 자신의 삶은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갈수록 엠버가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생각보다 가족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엘리멘탈을 보고 나서 가장 의외였던 것은 영화관을 나선 뒤에도 연애 이야기보다 가족 이야기가 더 생각났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불과 물의 캐릭터가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를 보는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니 '나는 부모님이 원하는 것과 내가 원하는 것 사이에서 어떻게 살아왔나' 같은 생각이 조금씩 들었습니다.
특히 엠버와 아버지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는 과정이 좋았습니다. 현실에서도 부모님과 자녀가 한 번에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어떤 말은 늦게 이해하기도 하고, 그때는 싫었던 말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게 되기도 합니다. 영화 속 관계도 그런 느낌이 있었습니다.
영상 자체도 예뻤습니다. 불 원소와 물 원소의 움직임이 계속 다르게 표현되기 때문에 장면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불빛이나 물의 움직임이 감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장면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이 봐도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저는 이런 시각적인 부분을 자세히 분석하기보다는 캐릭터들이 무엇을 느끼는지를 따라가면서 보는 편이라 이야기와 관계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
물론 모든 장면이 완벽하게 새롭게 느껴진 것은 아닙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가까워진다는 이야기 자체는 익숙하고, 중간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상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과 세대 차이라는 이야기가 함께 들어가면서 단순한 사랑 이야기보다 볼거리가 많아졌습니다.
2023년 7월 7일 CGV에서 보고 나왔을 때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영화였습니다. '불과 물이 어떻게 사랑할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엘리멘탈은 어린이를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아까운 작품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불과 물 캐릭터의 재미있는 모습을 보면서 즐길 수 있고, 어른들은 엠버와 부모님의 관계에서 다른 생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저에게는 화려한 원소 도시보다 가족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과정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영화를 보고 궁금했던 것들
엘리멘탈은 어떤 이야기인가요?
불, 물, 흙, 공기 원소들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를 배경으로 불 원소인 엠버와 물 원소인 웨이드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와 함께 엠버의 가족 이야기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엠버와 웨이드는 왜 특별한가요?
성격도 다르고 원소의 특성도 정반대인 두 사람이 서로를 이해해가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엠버는 감정을 억누르는 편이고 웨이드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라 서로에게 영향을 줍니다.
가족 이야기가 많이 나오나요?
네. 엠버가 부모님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가족이 일군 가게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영화에서 중요한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단순한 로맨스 애니메이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인가요?
원소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캐릭터의 재미는 아이들도 즐길 수 있고, 가족과 세대의 관계는 어른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나이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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